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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장영운 Dec 21. 2023

도파민 균형

들어가며

지난 6개월간 무력감과 우울감에 시달렸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시도해봤는데 아직까지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최근에야 그 원인을 좀 깨달은 것 같고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가닥을 잡아 글로 옮기게 되었다.

지난 6개월 대해 회고하고 개선점을 찾는 형식으로 글을 써보았다.

문제의 시작

어느 때부터인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굉장한 피로감에 시달렸다.

다양한 방법으로 푹 쉬어보아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체적인 피로가 아니라 정신적인 피로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게 지루했고 권태감의 무게는 날이 갈수록 무겁게 쌓여갔다. 이때는 원인을 분석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노력조차 귀찮게 느껴졌다.

시도와 실패

삶이 무료하게 느껴지는건 새로운 자극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거나 충동적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보기도 했다. 새로운 음식을 먹고, 가보지 않은 곳을 방문했다.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에서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본 것 같다.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순간의 고조감을 느끼던 때는 있었지만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로는 동일한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 마치 하늘을 향해 힘껏 공을 던져봐야 중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떨어져 내리는 것처럼. 원인을 분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깨달음

외국 유머 사이트에 익명의 남성이 쓴 글을 읽었다. 글쓴이는 좋은 직장을 다녀 소득도 높고, 결혼해서 네 아이 갖고 있다고 한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삶인 것 같지만, 너무나도 바빠서 가족과도, 친구와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나처럼 무기력감과 권태감에 괴로워 하고 있었다.

유머 사이트이다보니 그 글에는 마약을 시작하라거나, 외도를 시작하라는 농담섞인 의견들이 달렸다. 농담이었지만 삶에서 모든 걸 가진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실제로 마약이나 외도를 하게 되는 까닭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익명의 글쓴이와는 아주 다른 삶을 살지만 이 글을 읽으며 '도파민 균형'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글쓴이는 이미 삶에서 이루고자 하는 성취는 모두 이루었는데 새로운 자극을 얻을 곳을 찾지 못해서 괴로워 하는게 아닐까? 회사에서는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지만, 오랜 시간 같은 일을 반복하면 점점 쉬워지고 재미없어지기 마련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닿으니 삶이 안정된 사람들이 취미 활동에 강렬하게 몰두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뒤이어 내 자신의 상태도 도파민 균형이라는 키워드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소비하는 컨텐츠들이 굉장한 피로감을 유발한다는걸 깨달은것이다.

유튜브, 뉴스레터, 디스콰이엇. 모두 생산적인 내용을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셋 모두 안 보면 큰일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방향으로 발전해 온 것 같다. 내가 근래에 본 컨텐츠 중에서 '이걸 안 봤으면 인생에서 큰 손해를 봤겠다' 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로써 나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결론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을 읽거나 중요해보이는 아티클을 읽거나, 이목을 끄는 유튜브를 보는 대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좀 더 갖기로 했다. 바깥을 산책하거나, 빈 종이와 연필을 꺼내 생각을 끄적이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명상을 하는 비생산적인 시간을 더 많이 갖기로 했다.

무언가를 삶에 추가한다고 나아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스티브 잡스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하지 않은 일들이 한 일 만큼이나 자랑스럽습니다.

I'm actually as proud of the things we haven't done as the things I have done. Innovation is saying 'no' to 1,000 things. You have to pick carefully.

무의미한 것들을 모두 비워냈을 때에야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회사의 운영 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적용되는 이야기 아닐까?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의욕이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괜한 압박감에 불필요한 일들을 하느라 집중력을 흩어놓을 필요가 없다.

그저 내면을 갈고 닦으며 다음 목표를 찾아 나가면 될 일이다.

이 시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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