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운 에세이]
좋은 비지니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찍먹과 부먹, 민트초코 논쟁처럼요.
입맛의 경우처럼 말하고 듣는 방식도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의도를 서로 다른 표현으로 전달하거나, 같은 말을 듣고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이런 소통 방식의 차이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약간의 오해는 비교적 수월하게 해소할 수 있고,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는 관계를 맺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글에서는 업무에 대한 소통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업무 소통은 무엇인가를 전달하고, 검토하고, 설득하고, 결정하는 일의 반복입니다. 목적이 명확한 만큼, 이 목적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소통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비지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듣는 사람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줄이는 화법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무슨 의미일까요?
듣는 사람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화법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사장님이 사무실에 들어오며 “너무 덥지 않냐”라고 말합니다. 주변 직원들은 에어컨을 켜라는 말인지, 직원들의 의견이 궁금한 건지, 혹은 그저 본인의 생각을 말한 건지 해석을 해야 합니다.
“뭐 먹고 싶어?”라는 남자의 질문에 여자가 “아무거나”라고 대답합니다. 정말 아무거나 먹고 싶은 건지, 먹고 싶은 걸 맞춰주길 바라는 건지 역시 해석을 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을 우리는 ‘눈치가 빠르다’고 표현합니다.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이런 소통 방식은, 특히 한국을 포함한 동양 문화권에서 더 도드라집니다. 이런 화법은 흔히 고맥락 언어라고도 부릅니다.
아마도 소통 과정에서 갈등을 피하기 위해 돌려서 말하고, 듣는 이가 눈치껏 이해하는 형태의 소통 방식이 발전한 게 아닐까요. 하지만 이런 화법은 업무에서는 상대방이 해석을 해야 하는 부담을 키웁니다.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에너지를 쏟느라 대화의 질 자체가 떨어지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대화 방식, 즉 듣는 사람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줄이는 화법은 이와 반대입니다.
본인이 느끼는 바와 원하는 것을 직접 전달해서, 상대방이 정보 뒤에 숨은 의도를 해석하는 데 에너지를 쓰는 대신, 정보에 대한 판단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 방식입니다.
불필요한 추측이 사라질 때, 우리는 더 나은 논의가 이뤄지고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이런 일을 겪었습니다.
처음 저를 만나길 요청한 분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이후에 목적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도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만나기도 전부터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을 해야 하는 부담을 느꼈습니다.
만나서도 무엇을 요청하거나 제안하려는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이 의도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으니 지금 오가는 대화가 가벼운 일상의 공유인지, 어떤 제안을 위한 배경 설명인지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정보를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의도를 파악하는 데에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좋은 소통을 위한 제안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적어도 의사 결정이 필요한 대화에서는 목적과 의도가 가장 먼저 나오고, 그 이후에 이를 보충하는 근거나 설득을 위한 자료가 나오는 형태로 대화가 구성되어야 상대방이 듣기에 편합니다.
말하고 듣기는 캐치볼과 비슷합니다. 상대방이 받기 좋게 공을 던지듯, 상대방이 이해하기 좋은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 좋은 말하기 입니다.
일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업입니다. 그리고 협업의 시작은 소통입니다.
말은 들리지만, 뜻은 해석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벗어나
의도를 직접 말하고, 맥락은 그 뒤에 설명하는 방식을 함께 시도해본다면
서로 오해 없이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좋은 말하기는, 더 나은 일하기로 이어집니다.
이 글이, 더 명확하게 말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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