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온통 뒤죽박죽이야. 어쩌다 불어오는 바람은 쌀쌀했다가, 그래도 내리쬐는 태양은 뜨거운, 지금은 늦여름 혹은 가을의 초입. 그 애매함 속에서 누구는 얇은 겉옷을 꺼내 입기도 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반팔만 입고 다니는 이른바 혼돈의 계절이다.
너는 잘 지내니. 어, 나는 그럭저럭 살고 있어. 일주일째 이어지는 소화불량과 두통은 내 삶의 질을 현저하게 낮췄지만 그런다고 해야 할 걸 못하고 있지는 않아. 사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게 해야'만'하는 일이라서 그런지도 모르지.
나는 요즘 사실 쓰고 싶은 글이 없어. 한동안은 주변에서 글 쓸 거리를 찾고 글을 쓰고 다시 고치는 일이 정말 즐거웠지만, 아 글쎄, 지금은 잘 모르겠네. 아마 지금 내 머리를 헤집는 두통 때문에 더 글 쓰는 일이 짜증 나고 복잡하고, 끝에 이르러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되어 버린 것도 같아. 해야만 하는 일도 벅찬데, 하고 싶지 않은 일까지 하기에는 내가 너무 불쌍하지 않겠어?
하지만 너무나 명확하게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은 '두통은 핑계'라는 사실이야.
나는 글 쓰는 것을 잘하지 못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잘 알겠어. 노력하면 된다고? 노력. 말이 좋지. 그놈에 노력 만능주의. 네 노오력이 부족해서 그래.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어. 노력, 노력. 계속 노력이란 말을 쓰다 보니 이 단어가 맞는 단어인지 헷갈리네. 왜 그럴 때 있잖아, 단어가 갑자기 낯설어 보일 때. 지금 내가 그래. 노력이란 단어가 너무도 낯설어. 너무 먼 것처럼 아득해져.
노력은, 그래. 딱 노력이어야만 해. 노력은 그 이상이 될 수도, 되도록 바랄 수도 없어.
생각해보니, 내 삶은 원래 그랬다. 진짜 애매하게 잘하는 사람. 뭔 줄 알지? 처음 치고는 잘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이 없는 거야. 더 잘하고 싶은데, 그럴수록 더 명확해지더라고. 노력만 해서는 안 되는 게 있어. 진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등을 보는 일은 언제나 피곤해. 처음은 패배감이었고, 끝은 체념이었지. 도전은 어쩐지 늘 즐거웠지만 결코 그 과정은 행복하지 않았고, 그러고 나서야 난 비로소 깨달았어.
도전이란 건, 어쩌면 거대한 슬픔을 맞설 수 있는 용기 같은 것일 거라고.
그리고 난 지금 그런 용기는 내고 싶지 않아 졌어. 머리가 너무 아파. 쉬고 싶어. 아무래도 내과에 한 번 가봐야겠어. 이런 적은 처음이라.
병원에 다녀오면, 그때 너에게 다시 편지를 쓸게. 응, 너무 내 걱정은 말아. 하루에 진통제를 두 알씩 먹는 삶이지만 그래도 살아내고 있잖니. 뭐 큰 병이겠어?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었다. 병원에 다녀오면 다시 편지할게.
그럼 이만, 다음 편지를 할 때는 조금 더 선선한 바람이 대지를 감싸는 날이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