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하늘에 뜬 달은 끝이 조금 흐립니다.
마치 싸구려 지우개로 지우다가 한껏 뭉쳐버린 연필 자국처럼 그렇게 흐렸습니다.
보름이 되기 직전,
완전이라 불리기 비로소 며칠이 남은 그 달은 그런데,
그대로 참 예뻐요.
결핍을 결핍으로 인정하는 것.
예전의 나는 한 줌의 결핍을 받아들이는 데 온 마음을 쓰곤 했습니다. 몹시 피곤하고 지쳐서 아무 데나 나를 널어놓고 눈물을 말렸습니다.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결핍을 결핍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름답다는 걸 압니다.
나는 여전히 보잘것없고 쉽게 웃고 울지만
보세요, 나는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 글은 추운 겨울밤,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끄트머리에서
내가 나에게 보내는 찬사이자 위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