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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띵 Mar 15. 2024

회사생활 6년 차, 아직도 스몰토크가 어렵다.

 회사 생활한 지, 어느덧 6년이 됐다는 사실을 최근 이력서 업데이트 하다가 깨달았다. 6년 동안 업무 능력은 아주 조금(?) 상승한 것 같고, 연봉이나 회사 규모 같은 사무 환경에선 나름 업그레이드가 되긴 했는데 어째 '사회성'은 가면 갈수록 다운그레이드가 된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성은 이런 거다. 아침에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다양한 주제의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오후 3~4시쯤 당 떨어지지 않냐며 가벼운 미소와 함께 간식을 들이미는 정도? 그리고 가끔, "퇴근하고 치맥 어때요?" 먼저 제안할 줄 아는 이런 것들. 나는 '이런 것'이 부족하고 남들이 보기엔 인색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회사를 마치 '1인 회사'처럼 다녔다. 기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는다. 점심 같이 먹을 동료는 '에어팟'으로 충분하다. 오후 간식은 물로 대체한다. 혹여나 퇴근 후 치맥 제안은 당연히 거절한다. 


 물론 2190일 모두 저랬던 건 아니다. 운 좋게 다니는 회사마다 동료들이 먼저 다가와줬다. 그래서 어울릴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있었으나 그 기회를 다시 발로 뻥 차버리곤 했었다. 새로 이직할 때마다 '이 회사에서는 두루두루 잘 어울려야겠어'라며 했던 다짐은, 수습 기간이 끝나면 사라지는 열정과도 같았다.


혼자여도 커피는 못 참쥬

 

 나도 나름의 노력을 해봤지만 결국 '원래의 나'와 '지금의 나'로 돌아오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최근 <인정욕구>라는 책을 읽었고 그중에 기억나는 문장들이 있어 따로 기록해 두었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큰 나머지, 속마음을 터놓지 못하는 것 <인정 욕구>

 "그냥 난데?" 어렸을 땐 이런 욕구가 있었는지 몰랐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나는 그냥 '착하고 좋은 아이'였으니까. 나는 이런 환경에 익숙했다. 하지만 사회는 다르다. 나를 '착하고 좋은 아이'라고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무슨 말을 하려 해도 내가 생각하는 '착하고 좋은 아이'의 기준을 벗어나는 이야기라면 속으로 삼켜버렸다. 나도 자연스럽게 말하고 싶다. "주말에 파묘 보고 왔는데 재밌더라고요, 물론 후반부는 지루했지만요"라고.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거리낌 없이 행동하지 못하니 사람들 앞에만 서면 어색해지는 것이다. <인정 욕구>

 이런 식으로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상대가 긍정적인 반응을 할 수 있는 이야기만 하려다 보니 대화 주제가 매우 제한적이다. 예상을 빗나간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고 얼굴이 빨개진다. 용기 내서 했던 말들이 집에 오면 갑자기 생각나고 후회스럽다. 내가 하는 말에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도 신경 쓰인다.


 그런데 책에서 주는 메시지는 타인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면 내가 먼저 용기 내어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지금처럼 허울 좋은 이야기만 하면 표면적으로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나, 결국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관계로는 발전해갈 수 없다는 것. 결국, 나의 다양한 본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조금 더 다가가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혹시 이 글을 보는 회사 동료 여러분! 저는 사실 말 많은 수다쟁이에 치킨, 피자, 삼겹살 가리는 거 없이 다 잘 먹고요. 술이요? 잘 마시고 잘 취합니다. 알겠죠?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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