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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띵 May 13. 2024

남이 하는 건 쉬워 보이는 이유


 내가 아닌 타인이 무언가를 할 때 그 행위가 간단해 보인다, 다른 말로 '쉬워 보인다'면 그 사람이 그만큼 '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축구 경기 속 선수가 뛰는 모습을 보며 '저렇게는 나도 뛰겠다'며 거드름 피우거나 SNS에서 아이돌 신곡 챌린지 안무를 보며 '간단하네, 나도 추겠다'라고 생각한 적, 다들 한 번쯤 있지 않을까? 


(왼) 언제적 기성용인가 싶지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예쁘긴 한데, 간단해 보이는데? 


 내 시야에서는 다른 디자이너가 작업한 디자인을 볼 때 그랬다.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까지 여러 번 주고받았을 피드백과 수정 과정은 배제한 채 그저 쉬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작업물을 볼 때도 감탄은 잠시뿐이었다. 곧바로 괜한 꼬투리를 잡았다. 그렇게 해야 그들과 나는 동등한 실력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쓸데없는 오만함과 질투는 내 발전을 갉아먹고 방해하는 '균'일 뿐이다. 그땐 미처 깨닫지 못했다. 왜? 나도 마음먹으면 저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거란 착각 속에 살았기 때문이다.





이상하다. 분명 쉬워 보였는데...


 보기엔 만들기 쉬워 보였지만 실제로 따라 해 보면 왠지 모르게 내 작업물은 어색하고 예쁘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번 실패의 쓴 맛(?)을 보고 나니 깨달았다. 


 쉬운 것도, 쉬워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것을 잘했을 뿐이다.


 물론 정말 쉽고 간단했을지라도 내가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이렇다, 저렇다' 판단은 금물이다. 이 사실은 디자인 작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뭐가 됐든 보이는 일부를 전체로 치부하지 않는다.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내가 한 게 아니라면 사소함의 정도를 가늠하지 않는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해할 필요 없이 그냥 받아들인다. 그리고 주위를 다시 둘러보니 다양한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나를 조금 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다.




 최근 내 글을 본 지인이 제 딴에는 조언이랍시고 했던 말들이 있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과거 내가 경험하고 선택했던 행동들을 쉽게 판단하고 내뱉었다. 무례한 상황을 유연하게 넘겼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쉽게 판단할 텐데 첫 스타트를 끊어준 지인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어쨌거나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하루가 됐으니 만족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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