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도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7년 만에 도쿄를 다시 방문했다. 도쿄는 세계 3대 도시답게 신주쿠, 시부야, 긴자 등 다양한 명소가 많다. 그렇지만 나는 유독 도쿄역 주변 오테마치-마루노우치 구역을 좋아한다. 고층 빌딩이 가득한 그곳. 누군가에겐 특색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도쿄에서 꼭 해야겠다고 다짐한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빌딩 숲을 보며 달리는 것이다. 최근 들어 러닝에 빠지기도 했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마라톤 연습을 위해 뛰었다던 장소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도 하루키처럼 뛰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도쿄역 근방으로 숙소를 잡았다.
당일 아침, 살짝 편두통이 있는 듯했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하나 믿고 운동화를 신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지하철에 정장을 입은 직장인이 아주 많았다. 그 사이 후줄근한 운동복을 입는 내 모습이 괜히 부끄러웠다. 다행히 두 정거장을 지나 <다케바시역>에 내렸다. 날씨는 흐렸다. 하지만 달리기엔 해가 내리쬐는 날씨보단, 살짝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흐린 날씨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공원에 도착하니 이미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꽤 보였다. 나도 어서 그들과 하나가 되고 싶었다. 빠르게 걷다 보니 정신이 깨고 몸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적당히 속력을 내서 뛰기 시작했다. 빠르게 뛰진 않는다. 빨리 달리는 건 체력이 받쳐주지 않기도 하고, 달리기던 인생이던 천천히 꾸준히 뛰는 게 나와 잘 맞다고 생각했다.
달릴 땐 두 가지 생각이 공존한다. 숨이 거칠어질 때는 아무 생각이 없다. 이때만큼은 나도 '무생각' 상태를 마주할 수 있다. 그냥 앞으로 나아갈 길만 바라보고 뛴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는다던 직장 동료 말이 떠올랐다. 이런 기분으로 걷는 건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걷거나 속도를 낮출 때는 다시 또 생각이 많아진다. 이번 도쿄에서 달리다 걸을 때는 이런 생각을 했다.
앞에 달리는 저 사람, 도쿄 어디 사는 사람일까? 이 근방 살겠지? 좋겠다.
그런데 출근은 안 늦으려나? 아, 재택근무인가?
7년 만에 다시 방문한 도쿄. 7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고층빌딩들이 주는 압도감이 여전히 좋았고 길거리에 스누피 굿즈가 보이면 홀린 듯 구경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주목받으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는다.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고 그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는다. 항상 어제보다 발전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동반자 삼아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