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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띵 Jun 29. 2024

살기 위해 다니던 헬스장을 그만뒀다.

 30대로 들어서자 '살기 위해 운동한다'는 주변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살기 위해'는 단순히 죽고(die) 사는(live) 그런 문제가 아니다.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20대 때는 다양한 에너지 소비 활동을 해도 금방 체력이 회복됐다. 오히려 남는 에너지를 방전시키고자 쓸데없는 부분에 쓰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운동하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치고 지친 몸은 정신을 나태하게 만든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운동이 뭐야, 몸 움직이는 활동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집돌이로써 최소한의 사회생활만 하는 내 삶에 만족했다. 그러다 일상 속 자리 잡은 헬스 열풍이 헬스장을 다니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그래, 뭐라도 해보자.' 이왕 시작하는 거 제대로 하고 싶었다. 그렇게 1:1 PT를 받았다. PT는 올바른 자세로 한계에 가까운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나만 더! 하나만 더!" 외치는 트레이너가 밉지만 그래도 하고 나면 뿌듯했다. 다만, 비싼 가격과 PT 기간이 끝나면 혼자서 꾸준히 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도 나름 꾸역꾸역 2년 넘게 헬스장을 다녔다.


 그런데 혼자서 하다 보니 자세가 자꾸 흐트러졌다. '자극만 잘 오면 되겠지, 뭐' 개의치 않고 운동을 계속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깨, 무릎, 골반 같은 관절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휴식을 취하라는 명쾌한(?) 해답을 내려 주셨다. 미련하게 운동하지 말라는 쓴소리(??)까지 들었다.


그냥 쉬는 게 정답이라니, 이게 정말 건강해지기 위한 행동이 맞을까?

 수영, 요가, 테니스, 골프 등 마음만 먹으면 운동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왜 나는 헬스장만 다녔을까? 사람마다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운동만큼은 모두 비슷하게 느껴졌다. 결국 숨 차고 땀나는 건 똑같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헬스장에서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게 가장 가성비 좋은 운동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사실 나는 헬스장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쇳덩이가 부딪히는 소리를 싫어한다. 깊게 파인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본능적으로 눈길이 가는 내가 싫다. 한껏 찌푸린 인상으로 아령을 드는 타인의 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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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끝나가던 헬스장 이용권을 연장하라는 문자가 왔다.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지만 익숙해진 헬스장과 부담 없는 가격에 흔들렸다. '그냥 다닐까..' 아니다. 인생은 길고 하고 싶은 건 많다. 이렇게까지 거창할 필요 있나 싶지만 2024년 2월, 헬스장을 그만두고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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