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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복싱. (배우는 데) 얼마면 돼?

건강? 웃기지 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by 승띵

1. 잠깐 머릿속에 '스쳤던' 운동 : 복싱


헬스장을 관두고 어떤 운동을 배우면 좋을지 고민하던 찰나, 문득 복싱이 떠올랐다. 복싱? 전투적인 이미지와 아주 반대인 내가 갑자기 복싱을 떠올리다니. 그 이유는 바야흐로 6년 전, 첫 회사 팀장님께서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승띵아, 너는 소심하니까 운동만큼은
그런 성향을 극복할 수 있는 운동을 배워봐.
예를 들면 복싱 같은 거.


참고로 팀장님 대사는 실제와 다르게 순화해서 적었다. 다시 말해 '내가 왜 저 사람에게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지?' 싶은 문장이었다. 아마 언짢은 기분이 아직까지 나를 휘감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복싱을 배워볼까 싶었다.


스크린샷 2024-07-06 오후 1.52.16.png


새로운 환경에 맞서려는 결심은 섰는데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런데 유독 복싱은 용기가 안 났다. 애꿎은 복싱 관련 블로그만 들여다보며 며칠을 보냈다. 갈까 말까 고민만 하고 있는 상황에 괜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 정도면 내 본능이 안 맞다고 거부하는 듯. 다른 거 찾아보자'


복싱에 대한 고민은 이상한 합리화(?)와 함께 마무리됐다.



2. 잠깐 몸속에 '스며든' 운동 : 수영


다음은 수영에 꽂혔다. 하루는 은사님을 찾아뵙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새로 배울 운동을 찾고 있다고 하니 수영을 추천해 주셨다.


나이 60 넘어 친구들이랑 좋은 호텔에 놀러 갔는데 다들 수영장에서 잘 놀더라.
나는 수영할 줄도 몰라서 그냥 발만 담그다가 왔는데 그게 너무 아쉬웠어.


20230629_192146.jpg 23년 여름휴가로 다녀왔던 쿠알라룸푸르 힐튼


나는 완벽히 공감했다. 가끔 수영장이 있는 호텔에 눌러갈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물장구치는 것마저 어색했다. 금방 흥미를 잃고 사진만 몇 장 찍다 숙소로 돌아갔다. 그럴 거면 귀찮게 옷은 왜 갈아입고 수영장은 왜 갔나 싶을 정도였다.


이젠 행동으로 옮길 때다. 바로 집 근처 수영장을 알아봤다. 적절한 곳이 없어 회사 근처로 눈을 돌렸다. 회사 근처 수영장은 한 달에 10만 원 조금 안 되는 가격이었다. 생각보다 비쌌다. 그래도 배움에 쓰는 소비는 투자라고 (누군가) 그랬다. 배달 음식, 술값에 쓰는 10만 원보다는 훨씬 값진 지출일 테니까. 결국 의욕 충만한 내 몸뚱이는 오전 6시 수업을 선택했다. 잠을 줄여가며 다니겠다고 다짐했다는 말이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세 달 다녔다. 여기서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다들 눈치챘을 거다. 한 겨울,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까지 수영장에 도착해야 하는 일상이 너무 힘들었다. 일어나는 것도 힘들고 수영장까지 가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도 수영 자체는 참 재밌었다. 항상 초급반 맨 뒷줄에서 놀았지만 발전할 때마다 기분 좋았다. 이제는 몸이 물에 뜨고 엉성하지만 헤엄도 칠 수 있다. 그럼 됐다. 난 이 정도로 만족할래.


그렇게 3개월 수영을 배우고 미련 없이 끝냈다. 다른 운동을 찾아 또 떠나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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