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그린 Jul 30. 2022

무엇이든 고백하세요

묵상하고 회개하며


바로 이전에 쓴 글이 아이가 접한 미디어에 관한 에피소드였다. 아이를 걱정한다며 조절해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내가 미디어 중독에 빠졌다. 요새 안 그런 사람 없다 하지만 갈수록 난 이것을 놓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소식은 뭘까, 어떤 알람이 왔을까, 내가 뒤처지는 건 없을까 하는 등의 호기심 반, 우려 반이다. 양치할 때도, 머리를 말릴 때도 영상을 틀어 놓는다. 눈에서 뗄 수가 없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스마트폰은 읽기라도 한 건지 나를 위한 맞춤 광고가 뜬다. 파고 또 파고든다. 몸을 일으키라는 명령어는 자꾸 오류가 난다. 보이지 않는 줄이 나를 잡아당기기라도 하는 듯 쑥 빨려 들어가고 만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잘 들여다보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중독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에는 어떠했나. 잘 생각해보면 그때는 TV 중독이었다. 대화할 줄 모르고 가족에게 소홀한 아빠와 살림하며 우울감에 지쳐버린 엄마, 사춘기에 맞서랴 공부하랴 바쁜 동생을 한데 모이게 한 건 TV 뿐이었다.


그러다 본격적인 스마트폰을 씀에 따라 SNS에 주목했다. 나는 착실하게 그 변화의 루트를 따라다녔다. 페이스북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인스타그램이 성황이다.


그곳에서 연예인은 아니지만, 연예인만큼 인기를 누리는 셀럽들이 존재한다. 그들이 쓰고 파는 물건은 반응이 뜨겁다. 그들은 종종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창을 열기도 한다. 말 그대로 물어보고 싶은 것을 메시지로 보내면 답변을 해준다. 그중 재치 있고 울림을 주는 답변은 캡처되어 인터넷에서 회자하기도 한다.


쭉 읽고 나면 셀럽과 내적 친밀감이 생긴다. 그들은 꼭 내가 원래 알고 있던 사람인 것만 같다. 문득 나도 질문을 보내면 채택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몇백만 명의 사람들이 보는 화면에 센스 있는 질문이 뽑히고 기가 막힌 답변이 오는 건 꽤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내 지인들도 팔로우하고 있으니 이건 자랑할 만한 거리라고 생각했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몇 번을 반복하다 나는 현실을 자각했다. 답변이 달린 적도 없거니와 대체 내가 왜 이것에 목매는지 생각했다. 나는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었을까. 셀럽 대열에 들어가고 싶은 관심 종자 중 하나였을까. 여러 생각이 뒤섞여 나왔다. 그러다가 날 한 대 강하게 치는 생각은 이것이었다.


넌 하나님께 답변을 듣기 위해 노력한 적 있니?

그렇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시선은 유명한 그들에게 있었다. 정작 바라봐야 할 곳은 외면했다. 쪽지를 보냈던 그 시간 동안 난 하나님께 진실한 고백을 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고백이 무엇이 있던가.


최근에 실망스러운 일에 지치고 막연한 두려움마저 덮쳐올 때 나의 마음은 요동쳤다. 아무리 말로 뱉으려 해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곪다 곪은 것은 어이없는 상황에서 눈물과 기도로 터져 나왔다.


내가 흘려보낸 귀중한 시간 중에 가히 헛짓거리를 한 시간이 적지 않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핑계다. 내가 먼저 그 유혹 앞에 모른 척 넘어졌으니까. 예전엔 기도를 숙제처럼 해왔다면 이제는 큰 이벤트처럼 생각한다. 대단한 이벤트 한 번 하기 위해 에너지를 모은다.


하지만 파워 셀럽이자 날 사랑하는 하나님은 계속해서 말씀하신다.

너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항상 귀 기울이고 있단다. 그들에게 보낸 질문을 나에게도 해주지 않겠니?”

내가 해온 미련한 짓을 이 글을 씀으로써 끊어내야 한다.     

  

/


하나님, 제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저는 대체 왜 헤매고 있는 건가요? 왜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가시나요?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미련한 저 자신을 탓하다가도 세상을 원망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로션을 사는데 14만원이 들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