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나를 깨운 건 수많은 빗방울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차위에, 시멘트 바닥에, 지붕 위에, 나뭇잎에, 곳곳에 수십수만 수억 개의 셀 수 없는 빗방울이 떨어지며 부서지느라 소란스러운데도 누워서 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자면 시적인 운율을 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두두두둑 다다다닥……
비가 오는 아침에 늦게까지 누워있을 수 있는 것도 행복이다.
-아이들과 미용실에 갔다가 차이나 타운에 들러 만두를 사려고 했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서 그냥 나왔다.
아들은 집에 빨리 가고 싶다고 했지만 아이들이 방학하니 나도 영 요리를 하고 싶지가 않아 ‘포유’(중국식당, 가성비 짱)에 가자고 했다.
식당에 도착하니 딸아이가 저기 훈이오빠 엄마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봤더니 아들 친구 엄마가 나도 아는 분과 식사를 하러 왔다.
방금 주문했다고 해서 합석을 했다.
엄마들이 모이니 아이들 얘기, 교육 얘기, 드라마 얘기, 갱년기 얘기 등등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됐다.
요즘 드라마 ‘폭싹 속았쑤다’ 보면 눈물 난다고 했더니 자기는 ‘금쪽같은 내 새끼’ 보면서 펑펑 울었다는 얘기를 하고, 나이 드니 눈물이 많아져서 드라마 보면 또 울 것 같다는 얘기를 하면서 서로 눈물이 그렁그렁.
최근 본 금쪽이 얘기를 하면서는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더라, 그래서 아이들 공부는 이제 내려놨다고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이번에 졸업하는 12학년 중에 누가 카이스트에 갔다더라, 재외동포재단에서 주는 장학금을 누가 받았다더라, 이 얘기를 하면서는 공부 잘하는 게 효도하는 거라고 얘기하니 아이들 다 대학에 보낸 분이 좀 전에는 건강만 하면 된다고 하지 않았냐고 해서 앞뒤가 안 맞는 우리를 보고 웃었다.
자꾸 왔다 갔다 한다.
건강도 하고 공부도 잘하고, 그러면 안 되겠니?
그래도,
건강이 최고다 얘들아~~~
-비가 오는 쌀쌀한 날씨에는 샤부샤부가 딱이지, 딸도 샤부샤부가 먹고 싶다고 했는데 마침 잘됐다,라는 생각으로 아침에 저녁으로 먹을 샤부샤부 재료를 준비했는데 오후가 되니 해가 쨍쨍, 비가 올 걸 예고하듯 후덥지근.
에이~ 메뉴 선택 실패했다잉~
-‘9와 숫자들’의 [높은 마음]이라는 노래에 꽂혀버렸다.
내 마음 같은 가사들, 아주 가슴을 후벼 파는구나 후벼 파~~~
‘높은 마음으로 살아야지~’라는 후렴구를 부르기만 해도 저절로 마음이 좋아진다.
힘이 난다.
엽서 위에 새겨진
예쁜 그림 같은
그럴듯한 그 하루 속에
정말 행복이 있었는지
몸부림을 쳐봐도
이게 다일 지도 몰라
아무도 찾지 않는 연극
그 속에서도 조연인 내 얘긴
그래도 조금은
나 특별하고 싶은데
지금 그대와 같이
아름다운 사람 앞에선
높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낮은 몸에 갇혀있대도
평범함에 짓눌린 일상이
사실은 나의 일생이라면
밝은 눈으로 바라볼게
어둠이 더 짙어질수록
인정할 수 없는 모든 게
사실은 세상의 이치라면
품어온 옛 꿈들은
베개맡에 머릴 묻은 채
잊혀지고 말겠지만
높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낮은 몸에 갇혀있대도
평범함에 짓눌린 일상이
사실은 나의 일생이라면
활짝 두 귀를 열어둘게
침묵이 더 깊어질수록
대답할 수 없는 모든 게
아직은 너의 비밀이라면
https://youtu.be/akBNJ-xoGhM?si=oEXXCn9SRU5Z7fM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