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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 May 15. 2021

[보통의 일상 01]

빈둥빈둥 빈대떡.

창문을 툭툭 하고 노크하는 소리에 창 밖을 바라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방울방울 맺히기 시작한 비는 시간이 조금 흐르자 더 세차게 내렸다.

비가 오는 날에는 왠지 모르게 이불을 덮고 하루 종일 누워 있고만 싶은 기분이 든다.

나른 해지는 몸을 웅크려 이불속으로 더 파고들고 싶게 만드는 날씨이다.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단어들이 있다.

라면, 김치전, 파전, 막걸리, 삼겹살, 캠핑, 공포영화 등등

어째 음식에 관련된 키워드들이 더 많이 줄지은 듯해서 민망하다.


어렸을 땐 비 오는 날 비를 맞으며 친구들과 뛰어놀았을 만큼 좋아했던 기억이 있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비에 옷이 젖어 들어가고 버스를 타면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들의 향연들과 습한 공기에 불쾌지수가 올라가서 자연스럽게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더군다나 기분이 날씨에 영향력을 받을 때가 있는데 비가 오는 날엔 왠지 모르게 차분해지게 된다.

습도 때문인 것인지, 비가 내리는 것이 꼭 슬픔과 연관된 키워들 때문인지 비가 오는 날엔 괜스레 울적한 마음이 들 때가 있어, 그 감정에 매몰되고 싶지 않아 더 좋아하지 않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


한참을 빈둥대던 몸을 겨우 일으키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타자를 두들기며 글을 쓴다.

무슨 글을 끄적여야 하나 하며 고심하다가 무심코 바라본 창문 너머의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투둑 투둑 내리는 소리와 함께 웅덩이를 만들어낸 비가 그 위로 퐁당퐁당 내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한참을 바라보다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자리 잡는다.


빈둥댈 수 있을 때 더 일찍 일어나서 빈둥댈 것을 하고 말이다.

하루라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일지도 모른다.

시간을 허투루 쓰면 안 된다고들 하지만 나에겐 빈둥대면서 영화 한 편 보고 낮잠을 자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낙이고 힐링이 될 때가 많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 도 있겠지만 나 같이 게으른 베짱이에겐 더할 나위 없는 쉬는 시간이다.


힐링은 캠핑을 간다거나, 여행을 간다거나, 예쁜 카페를 간다거나... 등등

다양한 힐링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집순이인 나에게는 그저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이 힐링이다.

각자 저마다의 방향이 있는 것이고, 삶의 가치관이 있듯이 어떻게 쉴 것인지에 대한 방법도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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