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찰칵 사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집에 앨범도 드물 정도로 사진이 없다.
문득 20대 초반 해외여행을 갔던 것이 생각나서 들어간 노트북 앨범에는 사진이 남아 있지를 않았다. 열심히 찍었던 사진은 노트북을 바꾸면서 전부 날아가버렸다. 여행에 대한 기억은 나지만 희미해서 그때의 사진을 더 찾고 싶은 걸 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찾아도 지워진 사진들은 복구할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바탕화면에 있는 파일 창을 끄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남는 건 사진이다'라는 말을 참 많이 듣고 자랐지만 이렇게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도 없을 것이다. 지나고 나면 왜 이렇게 모든 것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아주 힘들었던 시간도 미화가 돼서 추억으로 남겨지는 것인지..
참 후회할 일도 많다...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건 사진이라 말할 때 귀담아들을 걸 그랬다. 어렸을 때는 사진을 열심히 찍는 친구들을 보며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주 깊이 동의하고 있다.
사진은 그때 나의 열정과 청춘을 담아서 찰나의 순간을 증거로 남겨준다. 가진 것이 없었고,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을 즐겼던 그 순간들의 감정과 열정을 한 장의 필름 안에 채워서 말이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별거 아닌 소소한 것들까지 사진에 담아 놓고 싶다.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어디를 가거나 산책을 할 때도 꼭 사진을 찍어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열심히 찍어서 내 인생을 남겨 볼 것이다. 그날들을 회상하며 그때의 마음을 나눈 사람들도 기억할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