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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 May 28. 2022

조금은 부끄러운 밤

부끄러움으로 사죄하는 밤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힘을 준다는 이유로 내뱉은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되는 순간들이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SNS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감정들의 글을 마주하게 된다. 그중에서 마음에 콱하고 박힌 글이 있었는데 자신이 우울할 때 도움이 되지 않았던 말들이 '너만 힘든 거 아니다.', '누구나 다 힘들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등등이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은 한 적이 없었을까?,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뉘앙스의 표정과 행동으로 상처를 낸 사람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들이 밀려오니 내가 했던 지나온 말들을 되새김질하게 되었다.


위로받기를 원했고,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그저 옆에 있어주기만을 바랬고, 자신을 믿어주기를 바랐고, 따뜻한 손길 한번 바랬을지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미안한 얼굴들이 떠오르기 시작해 밤새 잠을 청하지 못하고 그대로 아침을 맞이해버렸다. 상처를 내고자 했던 서툰 말과 행동들이 아니었는데,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더 괴로움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에 양심이란 싸기 튀어나와 나를 책(責)하는 것만 같았다. 위로하고자 했던 것들이 상대에게 마음의 짐을 더 올린 거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어렸고 철없던 생각으로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흑역사를 마주한 듯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지나간 인연을 붙잡고 일일이 다 사과를 할 수 없으니 내가 그들에게 속죄하고,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고 이해하며 내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이 되어 신중히 말을 해야겠다고 느꼈다.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갈수록 말의 책임도 강하게 따라오는 듯하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배려는 배려가 아니라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겠다. 나와 상대는 다르며 가치관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표현하는 법도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살아야겠다. 계속해서 성숙해지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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