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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 Feb 10. 2022

아무거나 끄적임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밤이 찾아오면 이렇게 또 하루가 끝났다는 사실이 마음을 공허하게 만들었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 자꾸만 창 밖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느낌이었고, 기분이 없는 기분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자신의 자리에 당연하게 머물러 있는 듯한데 나는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마치 이방인처럼 말이다.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곳에 내 자리는 없는 듯했다. 그럴 땐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밤새 바람 빠진 풍선처럼 푸시식 하고 꺼져 버리곤 했다. 


남들처럼 평범한 집에서 밥을 먹고, 출근을 하고, 버스 혹은 차를 타고, 그저 그런 얼굴로 일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는 그런 흔적들. 어쩌면 나는 그런 남들처럼 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고, 무엇인가가 되어 있는 그런 남이 말이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하루를 살다 문득 두려워졌다. 이대로 무엇이 되기는커녕 그 무엇도 될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이 되려 했던 것일까. 무엇인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쩌면 애초에 가짜로 지어진 꾸며낸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남들처럼 보통의 사람처럼 섞여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나만 가지고 있지 않으면 창피하기에 남의 것을 빌려 흉내 낸 무엇일지도 모르겠다. 

꿈처럼 자고 나면 사라질 그런 허황된 무엇인가를 말이다.


남이 될 수 있는 남들이 부러웠다. 무엇이 되어 자랑을 하고, 당당해질 수 있는 그런 삶이 부러웠다. 남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 속에 시행착오는 참 괴로운 일이었다.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빌리려 한 대가일까. 점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껍질이 벗겨지고 온전히 나만 남은 이방인의 모습으로 덩그러니 남겨졌다. 아마 처음부터 무엇이 되기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되었을 때의 삶이 아무것도 아닌 지금의 삶과 같을까 봐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꼭 무언가가 되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그 무엇이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이것이 나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일까. 그저 일부분의 한 면일 텐데 말이다. 무엇이라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는 게 고단하니까, 참 외롭고 쓸쓸한 거니까. 그래서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무엇이 되어야 한다기보단 그냥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어떤 마음과 태도로 살아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겠다.


삶과 죽음은 사람이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선택뿐이지 않을까. 삶과 죽음의 경계선. 처음과 끝. 그 사이 과정에 사람이 산다. 시작과 결과 사이 시행착오 속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 일이니 말이다. 그 과정 속에서 사람은 실수라는 것을 하고, 후회, 반성, 노력하면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더딜지라도 말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 나의 삶이자 모든 사람의 삶이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하나부터 열까지 저마다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고 있는 것은 같다. 아주 어렵고 기특한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무엇이 되어도 괜찮다. 피고 지는 인생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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