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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사쁨 Nov 01. 2024

제가 위기입니다만

(전 이야기)

https://brunch.co.kr/@thanksnjoy/182




"지금 제가 위긴데요."  


위기관리위원회라는 회의 말미에 아이도 아이지만 내가 위기라고 했다. 너무 힘들다고, 강제로 모든 일을 알아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 버겁다고 했다. 더는 못하겠다고, 100도가 되어야 물이 끓듯 이번에 임계점을 지난 것 같다고 했다.


힘든 건 소문을 내야 알아준다. 어머니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어머니는 아무 힘도 능력도 없는 대상을 골랐지만 그래도 나는 번지수를 제대로 찾아 문을 두드린다. 그렇게 나 또한 도움을 요청했다. 교장선생님은 학부모님직접 만나 적절한 기준을 안내해 주겠다 하셨다. 위클래스 선생님은 외부 기관과 연계해 가정에서 발생하는 일은 그 기관과만 소통하도록 요청하겠다 하셨다.


회의를 마치고 나와서도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툭 치면  하는 상황인데다 보건선생님과 위클래스 선생님의 위로가 더해지니 둑방 터진듯 줄줄샌다. 그 성우분 누구시더라. 눈물이 콸콸콸~~ 맛깔나게 읊어주셨으면 좋겠다. 회의가 끝난 직후 수업이 있었지만 도저히 뭘 할 수가 없었다. 남아 있는 기운이 없었다. 직무유기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나도 살아야 하니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조용히 책을 읽도록 하고 나는 숨만 쉬었다. 숨만.




오늘 아침 시작은 참 좋았는데 말이다. 스팀박은 내 심기가 불편할 때마다 선배님, 선배님 하며 나를 갑질하는 캐릭터로 만드는데 기분이 아무리 개떡같아도 이상하게 받아치게 된다. 스팀박의 의도를 안다. 한 번이라도 더 웃으라는거다. 지난번에는 내 텀블러를 몇 번이나 씻어 주더니 오늘은 믹스커피를 대령했다.


"선배님! 좋아하시는 믹스커피 타왔습니다.!"


여기서


"어. 샘 뭐야~ 고마워~"


하면 지는거다. 그런 패배감은 용납할 수 없다.


"그래. 잘마실게. 두고가."


아래턱을 죽죽 늘리며 답을 해야 재수없는 말투가 완성 되는데 그제야 비로소 내 몫을 해낸 성취감이 든다. 그렇게 카하하하 거리며 속 없는 사람같이 한 판 웃었다. 거기에 밤 한주머니까지.


"이거 뭐야. 나 왜 줘."

"샘 기분 좋으라구요~'


스팀박 뿐이랴. 무슨 말을 하든 귀 기울여주고 내가 맞다 해주는 삼평샘에 부장님은 나의 맛탱이가 갔는지 안 갔는지, 뿔이 난건지 슬픔에 잠긴건지 수시로 눈깔 체크. 남편의 출근인사도 평소와 달랐다. 성령님이 함께 하신다는 걸 잊지 말라는 당부는 든든하기 그지 없다.  


뭐야. 나 사랑둥이야?  


기도할 수 있고, 함께 기도하는 가족이 있다. 거기에 내 마음 깊이 알아주는 동료가 하나도 아닌 하나, 둘, 셋, 넷, 다섯은 되는 걸.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외롭지 않은 그것은 또 얼마나 큰 은혜인가.   


그래.

우는 날도 있는거지 뭐.

그리고 솔직히,

우는 날 보다 웃는 날이 훨씬 많잖아.


.... 어제 욕 한취소!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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