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통합 6년제로의 학제 개편
A는 내년에 예과 2학년이 된다. 하지만 예과 2학년부터는 놀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A는 벌써 내년이 걱정이다. 예과 2학년 생활에서 A가 가장 걱정인 점은 ‘해부 실습’. 원래는 본과 1학년부터 해부를 배웠지만 얼마 전부터 예과 2학년으로 해부 과목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동국대학교 이외에도 전국의 의과대학에서 A와 같은 처치인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의과대학 커리큘럼 개편이 이뤄지면서 해부학을 비롯하여 본과 과목들이 대거 예과 교육과정에 들어갔다. ‘예과 노는 것도 옛말이다.’라는 말이 들려올 정도다. 대다수 의과대학에서는 2학기에 해부 실습을 편성하였다. 심지어 몇몇 학교에서는 1학기부터 실습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통합 6년제’ 논의와 맥락을 같이 한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성제국대학에서 예과 2년 과정을 실시하고 이를 이수한 학생이 의학부로 진급하게 하는 교육과정을 1924년 처음 편성하였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의예과 2년-의학과 4년으로 분리된 학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약학대학이 2+4년제가 아닌 통합 6년제로 전환하는 길이 열리면서 의과대학에서도 6년제 통합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5조에는 의예과와 의학과를 행정적으로 2개의 단과대학으로 따로 구분하고 있다. 의학교육계에 따르면 이를 시대에 맞는 유연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큰 장애요소가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3월 36개 의과대학 학장을 대상으로 한 의견조회에 따르면 대부분 대학이 6년제 통합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이에 KAMC 한희철 이사장은 “실기 위주의 교과가 늘어나고 이러한 교과과정이 저학년으로 내려오는 상황에서 기초까지 시작하는 본과 1학년 학생들은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의견과 함께 “의과대학 6년을 하나의 과정으로 펼치면 그 안에서 대학마다 다양한 교과과정을 만들 수 있다.”고 찬성 의견을 내비쳤다. 의예과서부터 의과대학 교수와 학생들의 소통을 통해 통합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면에서 통합 6년제를 지지하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에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6년제 통합 논의에 대하여 “의대생들에게 원하는 공부를 하는 등 자율성이 있는 때는 예과시절 밖에 없다.”고 하였다. 최근 의과대학에서 요구되는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선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다학제적인 교육이 의료인으로서의 자질 형성에 도움된다는 이유였다. 인터뷰를 통해 “전공과목이 많은 의과대학 특성상 예과가 없어지면 교양수업을 들을 기회와 다양한 경험 속에서 소양을 쌓을 시간이 부족해진다.”며 예과 유지를 희망하는 의견을 전달한 학생도 있었다.
이렇듯 통합 6년제 도입에 대한 찬반이 뜨거운 가운데, 각 의과대학에서는 이에 대한 준비 차원으로 앞다투어 본과 커리큘럼을 예과로 내리는 추세이다. 하지만 A처럼 의과대학 교육 현장에서 자율성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약학대학의 6년제 통합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지 지켜볼 필요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학생과 학교 모두 교육의 질에 만족하는 방향으로 커리큘럼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p.s
이전에 과 신문 동아리 활동하면서 작성했던 기사 가져와서 올려봅니다.
브런치 초창기다보니 아직은 이전에 작성했던 글 위주로 운영되지만
머지않아 새 시리즈를 운영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