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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리미 Aug 18. 2021

Rosarian Village(2)

마을의 로자리안들 - 장미피는 마을 두번째 이야기

7)  Rosarian Village(2)     

                            

코로나가 시작 되기 전 어느 해 늦가을의 이야기이다


우리 집 다실에서 마을 회의 끝에 늦은 점심 식사를 함께 하고 있었다. 홀딩 도어 밖으로 낯선 얼굴들이 보였다. 우리 마을에 집을 짓고 싶어 땅을 보러 온 분들이다.

우리 집 전문인과 이 대표와도 잘 아는 사람이라며 반갑게 맞이한다 

그들은 그 날 바로 땅을 계약하고 내년 가을에 집을 짓기로 했단다     

그 댁 대학 다니는 따님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바로 이거야 이게 사람 사는 마을인거야” 


라며 당장 와서 살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것이다.


요즘 시절에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 화기애애하게 식사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는 주장이었다. 자기는 이 모습만 보고도 우리 마을이 마음에 들었단다. 대번에 그 아가씨에게 호감이 생겼다. 

모바일 게임이나 인터넷 정보에 빠져서 사는 젊은이들, 너무도 발달된 새로운 각종 놀이 문화 속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 외국 여행이 유행처럼 번지는 대 변혁이 시대이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고향과도 같은 시골 마을에 정착하여 아이들부터 노인네까지 모여 함께 즐겁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을 첫 눈에 알아보고 결단을 내린 그 준비된 마음이 너무도 가상해 보였다.     


마을에서 거의 매일 작은 사건이 터지고 며칠에 한 번씩 모임이 있어 대화를 나누어야 하고, 일주일에 한 두번, 심하면 세 번 까지도 식사를 함께 한다., 봄에는 4살짜리 채이와 6살 유치원생 준서 일학년 지유까지 데리고 온 마을 사람들이 감자를 심었다. 

썰어놓은 감자를 작은 구덩이에 넣는데 이런 일은 채이와 준서가 제일 활약한다. 호미로 작은 구덩이를 파내는 일은 엄마들이 하고 채이와 준서 지유가 엄마들과 손을 맞춰 감자 싹을 심는 일을 하고 5학년 준하는 감자 싹을 나르는 일을 돕는다

중2 생인 선영이와 마을 유일한 고등학생인 하은이와 대학생인 선화와 하경이 언니들까지 엄마들과 한 고랑을 맡아 감자를 심거나 아빠들을 도와 고랑에 검은 비닐을 포장하는 어려운 일을 알아서들 돕고 있었다.

마을에서 공동 경작지이다. 뚱뚱한 아들은 힘들다고 늘 투덜댄다. 

최고령인 나도 뭐라고 도우려고 밭 주변을 어리버리 돌며 물이라도 떠다주거나 꼬마들에게 아유 잘 하네....격려랍시고 하고 다녔다.  어느 집이 일이 있어서 불참을 해도 전혀 궁시렁대지 않고 그러려니 한다. 우리 가족중 누구도 언젠가 바쁜 날이 있으면 빠질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열심히 심은 감자 농사가 유감스럽게도 시원치가 않아 일찍 파버리고 대신 고구마를 일찍 심었다. 고구마는 실하게 잘되어 다섯 가구가 똑같이 나누어 돌리고 고구마를 수확한 곳엔 다시 옥수수를 심었다.

 옥수수를 수확한 날에는 1 호집 불가마 속에 옥수수를 익혀 희희낙락하며 함께 나누어 먹었다. 

1호 집 박쌤은 옥수수를 먹으면서 열어젖힌 공방에서 뭔가를 열심히 만들어놓는다. 박쌤 아내 혜정 쌤은 농사일도 잘 알고 음식도 잘 하고 처녀 때에는 고향에서 고추 아가씨로 뽑힐 정도로 예쁘고 상냥하다. 


하늘이 이렇게 넓은지 새삼 알게 되었다. 그동안 아파트 숲에 둘러 쌓여서 잘 몰랐었나 보다. 

목소리 큰 3호집 신쌤은 언제나 웃긴다. 웃기는 말을 잘하는데 내 농담은 못 알아듣고 언제나 심각하게 듣는다. 나의 농담은 그에게 좀 생소한 모양이다. 아님 할머니가 농담을 하리라고 생각을 못하고 덕담이나 훈계 쯤으로 알고는 예의바르게 몸을 사리고 듣는 것 같아 난처해진 기분이 들어 할매 농담은 하지 않기로 했다

3호집 채이와 지유 엄마 순영쌤도 나를 친밀하게 여기기 보담 아이들 피아노를 가르쳐주는 쌤으로 어렵게 알아 얌전히 고개 숙여 인사한다. 

나도 그들과 같이 마음은 젊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했는데 머리카락까지 염색을 안하고 하얗게 내버려 두었더니 완전 늙은 할마씨다. 그들이 예의바르게 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만약 예의바르게 굴지 않았으면 또 그것 때문에 삐쳐서 속으로 궁시렁거렸을 것임에도 예의바른 것이 마치 서운한 것처럼 말을 한다.

사실 물론 서운한 마음은 전혀 없다. 나는 대번에 알아차리고 말았다. 그들은 내년이되어야 겨우 40살이 되고 나는 내년이면 80이 된다. 꼭 두 배가되는 나이이다. 그러니 그들의 눈엔 내가 얼마나 늙어 보일까. 별로 남의 눈을 의식하고 사는 편이 아니지만 내가 끼여있으면 왜지 분위기가 조심스러워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 적당하게 얼굴을 익히고 나면 빠져야지....하는 엄청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나만 빼면 50대가 한 두명이 되고 다들 40대이다. 그러니 젊은이들끼리 하하호호웃으며 마음껏 떠들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나이 든 이의 배려가 되지 않을까...

1호 집과 3호 집 두 쌍의 부부는 교육대학 동기들이고 각각 CC들이라 각별한 사이어서 흉허물이 없다. 안성의 두 학교에서 나뉘어 근무하고 있다.


2호집 이 대표님은 방금 50대가 된 데다가 가드닝 전공이라 정원의 상담 역할을 하신다. 부인 로즈엔도 정원 일을 공부하셔서 옆집이라 특히 나의 고문관이시다. 장미 전지하는 법이며 바늘꽃 심는 법도 가르쳐 주고 마주칠 적마다 이것 저것 물어보아 귀찮게 군다

로즈엔은 장미를 너무 좋아해서 남편이 로즈라고 불러주었는데 그의 성이 노씨라서 이니셜인 N을 붙여 로즈엔이라고 불러준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애칭하고 성씨만 알지 호적을 뒤져보지 않아 본명은  모른다.

서양 사람들은 이름을 알아도 애칭으로 부르니 우리마을 사람들도 그양 애칭으로 부르는 모양이다.  

 0호집 이소장님은 여자 건축 설계사인데 혼자 산다. 튼튼한 건강 체질처럼 보이는데 설계만 하는 게 아니라 정원 일을 할 때면 남자 쌤들과 삽을 들고 일을 돕는 시원시원한 성품이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엄청 좋아하는 데 왜 결혼을 안 했는지는 아직 모른다.

번호를 0호라고 한 것은 네 집은 모여 사는데 0호 집은 2, 3분 떨어져 마을 입구에 한 채가 우뚝 서있다. 

제일 먼저 들어와 한동안 혼자 살았다고 한다. 그 집은 이미 선사시대부터 살았다고 해서 기원전도 아니고 기원후도 아닌 0호집으로 명명한 모양이다. 사는 집 호수에도 유머가 풍기는 동네다. 마을에 들어온 순서대로 번호를 매겼으니까 번호가 갈지자가 되어버렸다.

3호집은 대표님 부부와 딸 세명이다. 대표님은 청일점이다. 큰 딸 선화와 둘째  하경이는 아버지처럼 가드닝을 전공하고 있고 막내 딸 00이는 1호집 큰 딸 선영이와 김 정은이도 무서워한다는 중 2생인데 중 2생 답지않고 상냥하고 착하다.  


4호는 우리 집이다. 아들과 며느리 손녀 사촌 여동생 그리고 본인 다섯식구다. 

며느리는 이 동네 유일하게 시댁 식구를 둘이나 모시고 살아야 하는 기구한 운명의 여인이 되었다.  

우리 집 식구  다섯명 중에서 4명이 피아노 선생이다. 그런데 학생은 두 명 뿐이다. 

한때 6, 70명을 가르치는 큰 학원 원장이었지만 시골로 내려오며 다 접고 두 명으로 마음 편하게 산다. 선생이 많으니까 아이들이 혼자 연습할 사이는 없다. 누군가 바쁘지 않은 사람이 번갈아 가르친다. 물론 주임 선생은 음악 전공자인 아들이다. 아들은 아이들의 상태에 대해 세세하게 챙기고 레슨 방향등을 잡아 준다. 

나도 한 때 음악을 전공할까 생각을 했던 만큼 교수님한테 충실한 렛슨을 받은데다가 젊어서 부업으로 개인지도를 오랫동안 한 경험이 있어서 가르치는 데는 문제없다. 

며느리도 초등하고 6년 내내 피아노를 쳐서 체르니 40번까지 진도가 나갔었고 지금도 정원 식물에 대해서 가르치는 전문 강사로 일하고 있으니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가르치는 데는 도가 터있는 셈이다.          

학생은 단 두 명이다.

지유와 준서....

준서 7살때 레슨 받는 모습

장난꾸러기 들이라 집안이 난리가 날때도 있지만 그래도 귀엽기가 딱 내 손자 손녀 같아서 정이 많이 간다.       

내가 젊었을 때 레슨 받고 레슨 하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져서 바이엘 책엔 다른 부교재와 좋은 책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피아노를 칠 수가 있게 되었다. 

지유 초2학년때 모습

1호집 준서 아빠 박쌤이 컴퓨터 책상과 걸상을 만들어 주었다. 내 몸에 알맞는 맞춤 싸이즈이서 다섯 시간을 앉아 있어도 몸이 불편하지가 않다. 혜정쌤도 붙임개랑 죽이랑 특별한 음식을 만들면 꼭 보내준다. 고마워서 그 분들이 맛있다고 한 우리집 깎뚜기를 한 통 만들어 보냈다.

3호집 순영쌤 댁에서는 혹 잠깐 외출을 할 때면 채이를 봐달라고 온다. 한 시간도 돌봐주지 않고 언니들이랑 놀다 갔는데도 꼭 인사를 차려 뭐라도 들고 온다. 서로 돕고 사는 정겨운 마을이다.  

하여튼 장미 마을은 점점 이스라엘의 기브츠 같은 집단 농장이 되어 간다. 


옥수수 밭 옆에는 공동 채소밭을 만들었다. 야채가 없는 거 빼고는 다 있다. 가지, 고추, 상추, 깻잎, 토마토, 무, 호박....등등...밥을 먹다가 쌈이 부족하면 얼른 뛰어나가 상추 몇 잎 뜯어다가 대충 씻어 먹는다.

농약을 뿌리지 않았기 때문에 먼지만 씻어내면 된다. 금방 따서 먹는 상추는 며칠 묵은 마트의 상처맛하고는 다르다. 

채소밭 가운데 물뿌리는 기계도 놓아 사람 손이 안가도 시원하게 잘 자라고 있다

장 볼 새가 없어서 뭘 해먹을까 걱정이 되다가도 채소밭에 나가면 먹을게 지천이다. 너무 잘 자라 잎사귀 속에 숨어있는 가지는 팔뚝만하게 자라있다.

동물은 염소 외에도 닭을 여나믄 마리나 키워 일주일 씩 돌아가며 돌보아 준다. 풀과 물을 주고 청소도 해주어야 한다. 계란을 많이 낳아 일주일 동안 한 판이나 모은 집도 있다. 오골계가 그 귀하다는 청 계란도 낳아 맛을 보았다.

뿐만아니라 애완 동물도 많다. 원래 1호 집은 고양이 자매. 견공 부부 뿐이었는데

그 녀석들이 새끼를 낳았다. 강아지 3마리에 고양이 11마리 에미 애비까지 모두 15마리가 되었다. 

마을이 만들어지고 3년 정도 시간 동안 고양이들 족보도 복잡해졌다. 가장 최근에 태어난 양이들이다.

냥이와 강아지들이 조금 자라자 떼거지로 이웃집을 놀러 다니며 재롱을 부렸다.

짠 것을 드셨을 리는 없을 텐데 냥이들은 우리집에만 오면 연못에서 물을 먹는다. 냥이들은 절대로 식물을 다치지 않는데 천방지축 강아지들은 잘자란 꽃잎들을 깔아 뭉개어 즈이들 낮잠자는 둥지로 만들기 때문에 혼도 많이 냈지만 천방지축 녀석들은 견이동풍이다. 

냥이들은 똥을 싸도 지가 뒤처리를 하는데 강아지는 여기저기 방뇨해서 자기 구역을 설정해놓는다. 이 말썽 꾸러기들은 정이들기도 전에 일찍 분양이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민폐는 없었다.

모두들 동물들을 끔찍이 좋아하는 데다 가끔 뱀이 나오기도 하는 곳이라 고양이 양육은 필수 조건이다. 헌데 고양이는 가끔 쥐나 뱀을 물고 와서 질색 팔색을 하게 만드는 재주도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마을회의에서는 결정하는 일이 많다. 로자리언 빌리지에 세울 마을 회관은 여름부터 이미 건축을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는 마을 회관에서 회의를 하고 식사모임도 할 모양이다. 전시회도 하고 마을 음악회도 열 계획이다. 건물이 완성되면 그 기념으로 또 한 번 큰 잔치가 일어날 것 같다.

올해는 아니지만 내년 장미가 피는 계절이 되면 마을을 공개해서 온 안성 바닥에 알리려는 계획도 세운 모양이다. 음식도 만들어 대접하고 모종 꽃도 키워서 팔거나 선물을 하는 계획을 세워본다. 금광면의 구석진 마을을 공개하고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집터가 얼른 좋은 사람들로 가득 찼으면 한다. 

작고 작은 우리 마을에 제일 가깝게 일어난 사건은 염소 마돈나 양의 두 번 연속 가출 사건이다. 

처음엔 1호집 공방이 있는 뒤쪽 공터 가건물에서 살았다. 집이 들어차지 않은 마을 공터엔 잡풀이 키를 넘게 무성하다. 너무 넓어서 공동으로 풀을 베기에도 벅찬 일이라 거의 손을 떼고 있었다. 

염소가 있으면 그 풀들을 뜯어 먹으니까 마을 정화작업에 도움이 될꺼라는 의견이 나왔다. 모두 찬성을 했다. 아마도 염소를 기르면서 얻을 득을 계산하고들 있지 않았을까. 암놈이니 새끼를 낳을 테고 염소 젖도 얻어 먹을 수 있겠고 새끼들이 젖을 떼면 어미 염소는 팔아서 마을 기금으로 쓰고....어쩌고 저쩌고....

우리마을 염소 '돈나'. 포스가 느껴진다.

이름은 마돈나이다. 성은 마씨 이름은 돈나. 마을 잡초를 먹어치우기를 바라는 마음보다는 돈이 나오라고  “돈나”라고 지은 것이라고 누군가 고백했다. 그래서 돈나야 돈나야..하고 부르는데 내 밝지 않은 귀에는 돈 나와. 돈 나와로 들린다.

어느 날 밤 마을 카톡방에 비명이 올라왔다. 돈나가 탈출했어요....!!! 1호집 혜정 쌤의 비명이었다. 남편 박 쌤은 무조건 뛰어나갔고 각자의 집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승용차를 몰고 혜정쌤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나갔다. 서너 시간 후에 돈나를 찾는 탐험 담이 카톡방에 올라왔다. 

그들은 재미있어서 모두 웃어 대었지만 탐험에 가담하지 못한 나는 기록물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간접 체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첫 번 째는 가까운 곳에서 쉽게 발견을 해서 큰 일은 없었지만 두 번 째는 소동이 꽤 컸다. 

아마 이 소녀의 혈액에는 빠삐용이며 쇼생크의 DNA가 있는 모양이다. 

두 번째는 너무 늦은 한 밤이기 때문에 카톡방에 올릴 수도 없고 찾으러 나갈 수도 없어 혜정 쌤은 밤새 울었는 모양이다. 

돈나 또 탈출!!!

새벽에 울린 톡방 울림이었다. 

다섯 가구 식구 들은 일제히 일어나 2호 집 신쌤네서 모여 전략을 세운 후에 또다시 탐험을 떠났다.....몇 시간 후에 돈나는 산 넘어에 있는 구립 도서관 마당에서 체포 되었다.  

또 박쌤이 발견했다는 소식이 톡 방에 떴다. 전생에 박샘과 인연이 있는 염소라며 놀려 댔다.  모두들 도서관으로 차를 몰고 가보니 돈나는 새로 돋은 싱싱한 풀을 유유히 뜯어먹고 있었다고 한다. 다섯 가구 식솔들은 돈나를 앞세우고 속으로 승전가를 부르며 돌아왔을 것이다.

이렇게 마을 가족들이 전부 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19 덕택이다. 직장에 다니는 분들이나 아이들도 전부 집에 있어서 합동 작전을 펼쳐 이번에도 쉽게 생포할 수가 있었다.

이 놈의 목에는 더 강한 쇠줄이 채워졌지만 베란다가 달린 훌륭한 양옥을 박쌤이 만들었다. 이제  좀 마음을 붙여주려나....돈나야?      

                                                                                                                                    

                                                                                                                                   2020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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