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이 Dec 05. 2022

피드백

우리 반에 글을 아주 잘 쓰는 학생이 있다.

보여달라고 했더니 피드백을 요구해서, 성심껏 읽고 정성껏 피드백을 작성했다.

현재, 혹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단편 소설을 두 편 보여줬는데 이것은 두 번째 작품에 대한 피드백이다.


최근 작문한 것이 전혀 없어 이 글이라도 올려본다.

등장하는 학생의 이름은 가명임을 밝혀둔다.

작품의 결말과 관련된 부분은 일부 삭제했다.




며칠 전에 유해진이랑 류준열이 나오는 '올빼미'라는 영화를 봤어.

영화 '올빼미'는 낮에는 볼 수 없고 밤이 되어 해가 지면 조금 볼 수 있는 사람이 주인공이야.

말한 적 있는 것 같은데 나는 현실에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걸 어려워하는 편이거든.

영화 보는 내내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어.

차라리 '어벤저스' 같은 판타지였으면 받아들이기 쉬웠을 텐데, 이게 실제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는 영화다 보니까 뭔가 혼란스럽더라고.


그런데

혹시 섬광탄이라는 무기 들어본 적 있어?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밝은 빛을 뿜어내서 적의 시야를 차단하는 무긴데, 이런 원리라면 올빼미에 나오는 사람처럼 낮에는 볼 수 없고 밤에는 볼 수 있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싶었어.


이 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 했냐면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나는 모든 작품을 감상할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수림이의 이번 작품을 읽을 때에도 그런 점을 중점적으로 보게 됐어. 판타지에선 그런 게 무의미하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 됐어, 이해해줘.


주인공은 사고로 청력을 잃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선천적인 장애는 아니란 뜻이지?

그런 것 치고 의사소통에 '너무' 능숙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왜냐면 엄마는 계속 주인공을 걱정하고, 쉬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엄마의 태도가 아, 사고를 겪고 청력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았구나 하는 뉘앙스를 풍기거든.


그런데 그런 걸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결말은 기발하고,

또 참 따뜻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수림이는 저번 작품에서도 그렇고 이번 작품에서도 그렇고 디테일한 묘사에 정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장면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눈앞에 그 장면이 펼쳐지는 듯 해. 정말 대단해.

요즘 어떤 배우들한테 '생활 연기'를 잘한다고 칭찬하곤 하잖아? 그런 느낌이야. 수림이도 일상적인 풍경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눈이 있는 것 같아.


이번 작품도 정말 재밌게 읽었어.

다른 이야기들도 빨리 보고 싶네.


지난 11월 4일은 '점자의 날'이었다고 해.

한글날처럼 시각 장애인의 글자인 한글 점자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날이래.

그날 1학년 아이들 데리고 계기 교육하면서 같이 본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건 시청각장애인이지만 청각 장애인의 의사소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첨부해.

주인공이 스스로를 '우주인'이라고 하는 점이 수림이의 작품과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큐프라임 - 달팽이, 손으로 런든을 보다 https://youtu.be/mWQjTP1 bA10


그럼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2022. 12. 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