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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사랑 Sep 28. 2023

드라마 쓰는 러너입니다. (09)

추석명절특집기획 - 인물인터뷰 : 서핑하는 러너, '쑤쎂'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아 특집 기획으로 반달런 크루 중 가장 요주의 인물(?) 아니 아니, 화제의 인물 ‘쑤쎂’님을 인터뷰해보기로 했다. 


반달런 크루 공식 리액션 요정, 기부 천사, 프로 참석러인 그는 최근 러닝에 대한 미친듯한 열정을 뽐내며 NRC의 9월 반달런 크루 러닝 챌린지 1위를 당당히 기록 중이다. 


이 대단한 남자에게 러닝은 어떤 의미고, 닉네임의 기원인 서핑은 어떤 의미이며, 또 유달리 나눔과 배려가 몸에 배어있는 까닭은 무엇인지... 혹 아무도 몰래 대통령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등등을 파헤쳐보고자 어느 궂은 날 물음표살인마로 빙의한 채 닭강정 집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Q. 자, 일단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A. (자기소개? 헛웃음 후) 저는 만 41세,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고... 서핑을 사랑하는 김성수입니다. (생각보다 자세한데? 이거 개인정보 다 까도 되나요?) 네? 네 뭐... 


Q. 인터뷰 대상자가 된 소감 좀 들려주시죠.

A. 당황. 당황스러웠습니다. (왜죠?) 뭐 한 게 없는데 인터뷰를 한다니까... 당황스럽죠. (좋지는 않았나요?) 전혀요. (왜죠? 주목받는 걸 싫어하시나요?) 네. (왜죠?) (미친 듯이 왜를 남발하는 인터뷰어를 잠깐 쳐다보다가) 주목 받으면 열심히 해야 되고, 잘 해야 되고... 할 게 많아져요. 사회생활 해 보니까 어디든 소속되어 있을 때 너무 튀거나 드러나는 것 보다는 중간이 좋습니다.


Q. 그렇군요. 그런데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러닝 경력은 얼마나 됐나요?

A. 2018년도 쯤 부터 친구들과 러닝을 간간히 했습니다. 10k 마라톤도 참여해보기도 했고요. 그러다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과 같이 뛸 수가 없어서 러닝을 쉬다가 최근에 다시 다이어트 목적으로 시작한지 5개월 정도 됐습니다.


Q. 그 때 우리 반달런 오픈카톡방을 들어온 거죠? 어떻게 알고 들어오게 됐습니까?

A. 집 가까운 곳에서 러닝을 하고 싶어서 ‘한강’을 검색했고, 몇 개 방이 나왔는데 그 중에서 참여 인원이 제일 많은 이 곳을 선택했습니다.


Q. 우리 반달런 단톡방 첫 이미지는? 

A. 없습니다. (조금도요?) 네. (뭐 활발해서 좋았다던가, 조용해서 별로였다던가, 아무런 이미지가 없나요?) 네. 그 땐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정말로. 채팅방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Q. 흠. 그럼 맨 처음 참석한 러닝 번개는 어땠습니까? 기억 나시나요?

A. 음... (기억을 더듬어보다가) 러닝방에 들어오자마자 얼마 안 돼서 며칠 뒤에 바로 번개에 참석을 했습니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들어왔고, 목적이 있으면 빨리 추진하는 편이거든요. 간 보고 이런 거 잘 안 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곧장 참석한 그 날 첫 번개에 지금은 방을 나간 와이님, 그리고 부방장 굥님, 저 이렇게 세 사람이 있었는데 굥님도 그 때가 아마 첫 참석이었을 겁니다. 5k를 8분대로 완전 천천히 뛰었는데... 좋았습니다. (뭐가요?) 그냥 사람들이랑 오랜만에 같이 뛰어서 좋았어요.


Q. 그럼 그 때 이후로 자주 뛰었습니까? 당시엔 자주는 안 뛴 걸로 알고 있는데? 

A. 직후에 와이님이랑 거북런(천천히 뛰는 러닝) 나름 열심히 했는데... 뛸 때 마다 아팠어요. (어디가?) 무릎이랑 발목이랑 온 몸이. 안 아픈 데가 없었어요. 그 땐 체중도 꽤 나갔고... (지금과 비교해서 얼마나 더 나갔죠? 체중이?) 10키로 이상. (그래서 아팠군요 뛸 때.) 네. 그래서 아프면 쉬고, 안 아프면 다시 뛰고, 이런 식으로 몇 달 동안 활동을 했습니다. 근데 그러다가 서서히 통증이 없어졌어요. 


Q. 그러다 최근엔 폭주해서 9월에만 250k를 넘게 뛰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A. 7월 즈음부터 좀 많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열흘 입원을 했는데도 100k를 뛰었으니까... (헐. 기억나요. 그 때 제 기억엔 단톡방에서 말씀도 별로 안 하시다가 병원에서 심심해서 갑자기 입이 터지셨던 기억이.) 심심해서가 아니고, 그 때 즈음부터 방에 애정이 조금씩 생겼던 거 같습니다. (왜죠?) 그 때 쯤부터 러닝이 재밌어졌어요. 러닝이 재밌어지면서 자주 같이 뛰는 사람들한테도 관심이 생기고, 그런 거죠. 


Q. 저희 방에 애정이 많이 생기셨나요?

A. 네.


Q. 저희 방이 어디가 어떻게 좋죠?  

A. (당황) ...그냥. (좋은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우리 방이.) 저는 뭘 따지진 않아요. 뭐가 좋고 뭐가 좋고 따져 보면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그런 건 잘 따지지 않고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 다음부터는 그냥 ‘좋다’입니다. 


Q. 그럼 우리 방에서 했던 러닝벙 중에 제일 좋았던 거 하나만 꼽아 주시죠.

A. (생각 하다가) 콩국수 없는 콩국수런이요. <※부연을 하자면, 8월 한여름에 인터뷰어도 함께 했던 러닝인데 대낮에 콩국수를 먹으러 간답시고 잠수교에서 시청까지 남산을 가로질러 8k를 뛰었건만 그 날 일찍이 재료소진이 되어 목적이었던 콩국수는 못 먹고 만, 비운의 러닝이다...> (왜죠?) 웃겼잖아요. 콩국수 먹으러 그 멀리 뛰어갔는데 콩국수 다 떨어져서 먹지도 못한 게. (만약에 그 날 콩국수가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까?) 그럴 수도 있죠. 


Q. 근데 그 날 콩국수 대신 치킨 먹으면서 들었던 건데, 원래는 운동을 독고다이 스타일로 하셨었는데 이렇게 동호회에 들어서 활발하게 활동을 한 건 처음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A. 네.


Q. 서핑도 많이 좋아하고 오래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서핑은 왜 혼자 하시나요?

A. 서핑은 혼자가 좋습니다. (왜죠?) 서핑은 경쟁을 해야 하니까요. 친한 사람들이랑 같이 파도를 두고 경쟁하는 건 자신이 없어요. (아 그래요?) 네. 성격이 친한 사람한테는 그냥 다 양보하는 스타일이라. 모르는 사람이랑 경쟁은 괜찮은데... 그래서 서핑은 그냥 혼자 합니다.


Q. 어쩌다 서핑에 입문하셨죠? 

A. 원래 강에서 웨이크 보드 타고 그런 수상 스포츠를 좋아했는데 어느 날 바다에 갔더니 사람들이 서핑을 하길래 호기심이 생겨서 해보게 됐습니다.


Q. 서핑 많이 어렵던데, 서핑에 왜 재미가 들리셨죠?

A. 저 원래 그런 거 좋아해요. 쉽지 않은 거. 거북이처럼 천천히 차근차근 올라가는 걸 좋아하거든요. 쉽고 누구나 다 잘 할 수 있는 건 금방 흥미가 떨어져요.


Q. 서핑은 하신지 꽤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도 여전히 서핑이 재밌나요?

A. 서핑은 이제 재미를 떠나서 제 인생의 일부에요. 죽을 때 까지 할 거 같습니다. (재미를 떠나서? 재미를 떠나서 왜 하죠?) 인생을 재미 때문에 살지 않잖아요. 서핑도 마찬가지에요. (인생은 재미없다고 못 그만두지만 서핑은 그만두면 그만이잖아요.) 인생도 언제든 관둬도 되잖아요. (당황. 그렇긴 한데...) 인생도 언제든 관둬도 되는데, 힘들어도 즐거워도 그냥 살잖아요. 전 그렇거든요? 서핑도 그래요. 진짜 하기 싫은 날도 있고 재밌는 날도 있는데, 아무튼 그냥 하는 거예요 이제는. 재미없는 날도 하다 보면 갑자기 좋은 파도가 와서 태워주고, 그러다 재밌어 질 수도 있다는 걸 많이 해봐서 아니까. 말 하다 보니까 전 극복을 하고 싶어 하는 거 같네요 재미없는 순간을. 그걸 진짜 애정이라고 생각하고.


Q. 서핑과 러닝의 차이가 있다면?

A. 아마 러닝은 나 혼자 해야 한다면 못 할 거 같아요. 근데 서핑은 할 수 있어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지구가 멸망하면 러닝은 안 할 거 같고 서핑은 할 거 같다는 거죠. (러닝은 역시 혼자 하기엔 지루하긴 하죠. 건강엔 도움이 돼도.) 맞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전 자연을 많이 좋아하나봐요. 러닝보단 또 자연에서 하는 트레일런이 좋아요. 러닝 뽕(?) 맞는 정도가 완전 다릅니다.


Q. 트레일런이 정확히 뭐죠? 왜 좋나요 그게?

A. 포장 도로 말고, 오솔길이나 산길 같은 비포장도로(trail)를 달리는 걸 트레일런이라고 해요. 제가 자연을 워낙 좋아해서 도심보다 자연 속에서 뛰는 게 훨씬 좋습니다.


Q. 최근에 트레일런 목표도 구체적으로 생기신 것 같은데 여쭤 봐도 될까요?

A. 울트라트레일런 몽블랑 대회 참가가 목표입니다. (그게 뭐죠? 설명 좀.) 스위스 몽블랑에서 열리는 유명한 국제 트레일런 대회인데 참가가 좀 어렵습니다. (왜요?) 일단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에 참가해서 입상을 하거나, 아니면 완주를 해서 받는 코인으로 응모를 해서 당첨이 되어야 참가 기회를 얻을 수 있어요. 저는 입상은 무리니까 코인을 받아서 추첨 기회를 최대한 노려보려고 합니다.


Q. 서핑에 러닝에 트레일러닝까지... 운동을 원래 이렇게 좋아하시나요?

A. 네. 사실 20대 때는 술 먹고 노느라 시간 없었고... 30대 이후부터 많이 좋아졌습니다. 


Q. 운동이 좋아진 계기는?

A. 웨이크 보드 타면서 운동에 재미를 서서히 알게 됐습니다. 그러다 서핑도 하게 됐고...


Q. 요즘 전국민적으로 운동, 특히 러닝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아직 뛰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해주고 싶은가요? 

A. 일단 걷는 것부터라도 해봤으면 좋겠어요. 자연과 함께. (왜요?) 일상 속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모습과 내가 걷고 운동을 할 때 만나는 자연의 느낌이 완전 달라요. 똑같은 나무를 봐도 똑같은 공기를 마셔도... 정말 사소하지만 행복이 있습니다. 


Q. 앞으로 러너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A. 단기적으로는 11월에 풀 마라톤 완주가 목표고, 길게는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아프지 않게 잘 관리해서 꾸준히 즐겁게 뛰는 게 목표입니다.  


Q. 그럼 현재 인생의 목표는 뭔가요?  

A. 지금은 열심히 일 해서 퇴직을 빨리 하는 게 목표입니다. (빨리 퇴직해서 뭐 하시려고?) 인생을 즐겨야죠. (그럼 인생을 즐기는 게 인생의 목표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Q. 우리 방에서 별명이 ‘검은 천사’인데, 그 별명은 어쩌다 갖게 되셨죠? 

A. (당황) 저도 모르겠는데요. 케라님 아니면 나나님이 지어주신 거 같은데... 이유를 잘...


Q. 검은 천사 말고도 ‘가브리엘 대천사’, ‘프로 참석러’, ‘수습 전문가’ 등등. 별명들을 살펴보면 약간 우리 방에서 배려와 헌신의 아이콘이 된 것 같은데 원래 성격이 그렇습니까?

A. 딱히 천사일 거 까진 없는데... 애정이 있는 사람들한텐 나누는 거 좋아합니다. 부모님의 영향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게 애정을 퍼주다 보면, 퍼준 게 돌아오지 않을 때 서운하진 않나요?) 전혀요. 대가를 바라진 않아요. 그 사람이 뭘 어떻게 하든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정말 1도 안 서운해요?) 사진 찍을 때로 비유를 해 보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면 찍고 싶잖아요? 그럴 때 내가 하는 게 중요하지, 그 피사체가 나한테 뭘 해주길 바라진 않는 것처럼. 애정을 주는 방식도 그거랑 비슷한 거 같아요 전. (멋있네요.) 다 그럴 거예요, 사람들이. 표현을 잘 못 하는 거지... 누구나 나누고 싶은데 안 해 봐서 어색하거나, 혹은 이렇게 하면 상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 때문에 주저하는 걸 수도 있고요. (본인은 그런 생각을 안 하십니까?) 네. 생각을 안 해요.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말고. 끝.


Q. 그럼 반대로, 우리 방 사람들 중에 쑤쎂님이 특별히 고마움을 느낀 사람이 있다면?

A. 너무 많은데. (한 명만요. 제발.) 그럼 아무래도 밍키 방장님이죠. (이유는요?) 방 운영을 잘 해주셔서. 운영을 잘 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방 분위기가 좋은 것 같고요. 물론 좋은 사람들이 방에 많은 것도 한 몫 하지만...


Q. 좋은 사람들이 많은 우리 반달런 크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사...랑합니다. 네. 사랑해요. 파이팅. 많이 뜁시다. (미소)


Q. 마지막 질문. 우리 방이 앞으로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나요?

A. 그런 거 없는데. 어떤 모습이든 별로 상관없지 않을까요? 전 뭘 딱히 바라지 않아요.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요. 






짧지만 깊이 있었던 인터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인터뷰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즐거웠습니다. 사실 인터뷰 한다고 해서 내가 뭐라고 인터뷰를 하나 라는 생각이 있고 부끄러워서 속마음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좋았어요 ㅋㅋ 덕분에 스스로도 많은 걸 깨우치고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돼서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를 고를 때, 이 부담스럽고도 어색한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줄만한 가벼움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대화를 나누면 본인만의 인생 철학을 자연스럽게 드러내 보여줄 수 있는 깊이 있는 사람을 골라야 했다. 그리 긴 고민도 아니었지만, 역시 정확한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나 역시 들었다.






P.S. 김쑤쎂님, 갑작스런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시고 재밌는 이야기 많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방 공식 대천사 가브리엘 쑤쎂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러닝, 혼자 하는 파도 위 라이딩을 언제나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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