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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 강상원 Nov 21. 2022

공백이아닌 여백3

#떠난 공

#떠난 공


 우리가 실패로 인해 괴로움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욕심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 과거로 되돌아간다 한들 원하던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까? 과거에 일어났던 일은 더 이상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남아 있는 기억 또한 그 자체로 잘 못 된 것은 없다. 그저 우리가 그 기억을 계속 곱씹으며 과거에 연연하고, 지난 실패를 자책하고, ‘그때 만약 그랬다면’이라는 가정을 계속 던지는 등의 태도가 잘 못 된 것이다. 즉, 과거의 기억에 매달려 지난 실수와 실패에 집착하는 태도. 나의 통제를 이미 벗어난 대상을 지배하고 싶은 욕심이 우리를 괴롭힌다. 결핍을 느끼고 욕망이 발현되어 시도했고 실패했다. 실패했을 때도 우리는 괴로움을 느끼지만 이 괴로움을 지속시키고, 괴로움의 무게를 더하고, 괴로움의 종류를 다양하게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 욕심 때문이다. 통제 불가능한 대상을 향해 통제하련는 태도 이것이 신이 되려는 욕심과 무엇이 다를까? 우리는 신이 되려 할수록 탐이라는 괴물을 키우는 꼴이다.


 우리가 만약 힘껏 공을 던져 멀리 있는 물건을 맞춘다면 공을 던지기까지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공을 더 잘 던지기 위해 에너지를 쏟고, 조금 더 잘하고자 하는 욕심을 부리며 고뇌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꿈 혹은 목표를 향해 계획을 세우고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모습에 우리는 욕심이라는 단어보다 열정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하지만 이미 공이 손을 떠난 후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숨을 토해낼 수 있을 뿐이다. 내가 던진 공이 장애물에 부딪힐 수 있다. 갑작스러운 돌풍이나 비바람이 공의 진로를 방해할 수 있다. 말도 안 되게 지나가는 새가 그 공을 낚아챌 수도 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 아닌가.


 열심히 노력했던 과거는 노력, 열정, 근성, 성실의 서사다. 통제할 수 있는 목표를 향해 나의 에너지를 쏟는 것은 나를 아끼는 방법이다. 꿈을 붙잡기 위해 달려 나가는 건강한 행동이다.


 이미 지나간 일. 과거의 실수나 실패를 현재에도 붙잡고 있는 것은 미련, 집착, 후회, 욕심의 서사다. 이미 손을 벗어난 대상을 향해 에너지를 쏟는 것은 나를 고문하는 방법이다. 꿈이라는 달콤한 말로 포장해 나를 병들게 하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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