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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 강상원 Nov 21. 2022

공백이아닌 여백4

#N번째 화살

#N번째 화살


 불교에 두 번째 화살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상처받는 일이 많기 마련이다. 애인과의 다툼, 직장에서 받는 서러움, 친구와의 언쟁 등. 하지만 우리를 정작 괴롭히는 것은 내 일상에 발생한 사건 자체보다 이를 붙잡고 있는 내 감정 때문인 경우 가 더 많다. 불교에서는 인생을 살며 첫 번 째 화살은 피할 수 없지만 스스로 두 번째 화살을 꽂으며 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두 번째 화살은 세 번째 화살로 이어지고 이는 상처가 회복할 틈을 안 준다. 가슴속에 염증을 간직한 채 살아가게 된다. 우리 모두는 N번째 화살을 스스로에게 꽂고 있거나 꽂아본 기억이 있다.


 불교에서는 두 번째 화살을 스스로 꽂는 이유는 자신의 욕심, 집착, 어리석음 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부처의 마음을 지닌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인가. 버드나무를 지붕 삼아 항상 고요와 평화를 누리는 석가가 늘 우리 안에 존재하기는 힘들다. 그러니 나의 미련, 집착, 욕심 등을 당장 없앤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저 조금씩 흘려보낸다고 생각하자. 우리 뇌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좋아한다. 실제로 흘러가는 물을 상상하면서 그곳에 내 부정적인 감정을 조금씩 흘려보낸 다고 생각해도 된다. 내가 명상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제법 효과도 있었다.


 졸졸졸 기분 좋은 비트를 만드는 개울물 위에 흘려보내듯. 지저귀는 새의 노랫소리에 실어 보내듯. 하늘로 띄운 풍등에 날려 보내듯. 산 정상에서 이마의 땀을 식혀주는 바람에 태워 보내듯. 자동차 창문 밖으로 꽉 쥔 손을 내밀어 조금씩 힘을 풀듯. 그렇게 천천히 비워내자. 당장은 나에게 쏘는 화살을 멈추기 힘들겠지만 2번째 화살이 N번째 화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를 번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세상살이를 하며 모든 욕심을 벗어던지라는 말이 아니다. 욕심 혹은 욕구라 불릴만한 그것은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원동력이고,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다만 나의 이상이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집착하지 말고 놓을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비우면 다시 채워진다.



참고자료:

1. 허정철, '고난의 삶...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방법은?', 불교신문,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67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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