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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다 Sep 05. 2021

2.카페 뤼미에르 : 아몬드 나무, 기차, 커피, 전설

<일상 여행>

이제야 <카페 뤼미에르>를 보았다. 즐겨 가던 카페에서 영화 포스터를 처음 본 지 13년 만이다. 카페 '아몬드 나무'는 일과 일 사이 빈 시간을 쉬어가던 유일한 카페였다. 창으로 들어오는 환한 빛이 일품이었다. 포스터에 눈이 간 건 그래서였다. 포스터 색감이 평화로웠다. 햇볕 같은 노란빛이 카페 안 두 사람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나도, 포스터 속 카페의 두 사람도 한가한 평일 오후 '아몬드 나무'의 손님이었다.




기차는 이 영화의 주요 모티프다. 기차는 높낮이가 다른 5개의 철로를 충돌 없이 탈선도 없이 잘만 간다. 위에서 바라보면 아슬아슬 조마조마하게 얽혀있는 철로를 기차는 무탈하게 잘도 갔다.

두 사람은 떠나는 기차 뒤에 나란히 서 있다. 한 사람은 철로변 소음을 녹음하느라 여념이 없고, 또 한 사람은 딱히 할 일이 없으니 기다려 주겠다는 투다. 나란히 있다는 건 공평한 반듯함이지만 결국은 혼자인 상황. 외로움이 기본인 환경에서 서로를 향하는 시선과 희미한 미소가 위안일 뿐이다. 그나마도 가끔.

시 같은 영화였다. 전혀 힘이 느껴지지 않았으나, 여운이 길다.



고흐는 프로방스의 작은 마을 아를에 있을 때 아몬드 나무를 즐겨 그렸다고 한다. 프로방스의 햇볕은 고갱에 대한 원망을 달래주고, 삶에 대한 희망과 그림에 대한 영감을 주었다. 그 무렵 고흐의 동생 테오는 아들을 얻고,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도 탄생한다. 이 그림은 테오의 득남을 축하하기 위해 그린 거였다. 하지만 고흐는 그로부터 반년 후 자살한다. 평평한 시간 속에 삶과 죽음이 공존했고 고흐는 전설이 되었다.



카페 '아몬드나무' 주인은 영화를 수입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카페 뤼미에르>를 수입했다. 이제는 문을 닫은 '아몬드나무' 뒤로 어쩌면 영화감독을 꿈꾸었을 주인과의 대화만이 남았다. 우리는 사람들 많은 거리를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했다. 아몬드나무 커피가 맛있었어요. 나는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제가 원두를 직접 볶았어요. 그는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카페 뤼미에르> 포스터가 인상 깊었어요. 나는 또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좋은 영환데 인기는 없었죠. 그는 또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이제 모든 기차는 떠났고, 나는 철로변에 혼자 서 있다.




#카페_뤼미에르   #아몬드나무   #카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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