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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다 Sep 07. 2021

4. 노을 속의 오리

<일상 여행>

걷기 운동할 때 쉬어가는 두 군데가 있는데, 두 곳 다 호수 앞이다. 첫 번 호수 앞에서는 이제 막 노을 지기 시작할 때라 아직은 밝다. 그곳 호숫가 돌담 위에 있는 시간이 꽤나 좋았다. 하늘과 나무와 물, 저녁 해의 여운 속에서 땀을 말리고 숨 고르기 하다 보면 마음이 꽤나 가벼워졌다. 어느 날 호수 속 바위 위에 청둥오리가 앉아 있는 걸 보게 되었다. 혼자 운동하는 나처럼 오리도 늘 혼자였다. 돌담에 꼼짝없이 앉아 있는 나처럼 오리도 늘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그때부터 내 눈은 하늘과 나무와 물과 저녁 해 사이에 오리를 받아들였다.


운동 갈 때마다 오리를 만났다. 고집스러운 건지 나의 시간과 오리의 시간이 다른 건지 바위에 앉아 있는 오리는 움직일 줄 몰랐다. 완전히 해 저물고 바람 서걱일 때까지도 오리의 자리는 오랫동안 그 자리였다. 매번 내가 먼저 일어섰다. 돌담에서 일어나 마저 걸었다. 둘째 번 호수까지 빠르게 걸었다. 비밀의 숲을 지나 자연습지에 도착하면 어둠 속에서 술렁이는 물소리가 들다. 어김없이 만나는 청둥오리들. 이제 그들은 바쁘다. 물살을 가르며 먹이를 찾는다. 그럴 때도 오리들은 제각각 혼자다. 바라보노라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혼자 다니니? 먹이는 많이 챙겼어? 집엔 언제 가? 네 집도 어둠 속에 떠있겠구나.. 오리는 대답한 적이 없다. 나는 늘 묻고 오리는 늘 아무 말 않고.


하늘 붉은 날, 저녁 해는 아름답고 바람은 서늘하다.


#산책  #노을  #오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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