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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ete Jun 01. 2024

독일 제작극장과 객연극장의 역할과 운영 방식

독일의 극장경관에서 공공 제작극장과 객연극장은 각각의 방식으로 운영되며, 독일 공연 예술의 중요한 축을 형성한다.


먼저, 독일의 공공 제작극장은 시/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이 극장들은 총 예산의 85%를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15%는 티켓 판매와 후원금으로 메운다. 중소형 극장의 경우, 약 300명 이상의 상근 예술가와 무대 인력, 행정 운영 인력을 고용하며, 이는 예술작품의 질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연간 예산은 대체로 200억 원 이상이며, 이 중 75%는 인건비, 10% 이상은 제작비, 10% 이상은 운영비로 사용된다. 연간 300~400회의 공연이 열리며, 극장의 가동률은 거의 100%에 달한다. 티켓 가격은 좌석 등급에 따라 10유로에서 100유로까지 다양하게 책정된다.


공공 제작극장은 다양한 예술 장르를 한 지붕 아래에서 운영한다. 오페라, 오페레타, 뮤지컬, 무용, 오케스트라,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이 상시적으로 열리며, 이를 통해 관객에게 풍부한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순수 예술작품의 특성상 인건비 대비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오페라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최소 100명 이상의 예술가와 무대 뒤의 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한 작품을 일정 기간 동안 여러 차례 공연하는 방식이 발달했다. 오페라나 연극은 연간 5~8개의 프리미어 작품이 제작되며,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거의 매일 다른 공연이 열린다. 독일 극장은 높은 인건비와 근로자의 단체협약 규율을 지켜야 하므로 효율성 있는 작품 생산 방식과 연습 방식이 동시에 발달했다. 더불어 극장의 예술교육은 학교나 공공기관과 연계한 참여형, 체험형, 이벤트성 기획 공연 등 지역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다.


독일의 객연극장은 공공 제작극장과 달리 상근 예술가 없이 운영된다. 이 극장들은 시/지자체의 소속이지만, 공공 자금의 비중이 적어 공공극장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건물 및 무대 관리, 기획 및 운영 인력만을 고용하며, 주요 수익원은 티켓 판매와 대관 수수료다. 외주 업체의 기획 및 대관 공연이 주를 이루며, 상업적 공연이 대부분이다. 인기 있는 대중 작품이나 스타 마케팅이 동원된 공연이 많으며, 티켓 가격은 20유로 이상으로 공공 제작극장보다 높다. 좌석 등급에 따라 150유로를 넘기도 한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한국의 문예/예술의 전당과 부분적으로 유사하다. 한국의 경우 전속 및 상주 예술단의 유무가 차이일 뿐이다.


독일의 극장 운영 방식은 각기 명확한 역할을 가진다. 이 둘의 구분은 공연 예술의 다양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공공 제작극장은 예술적 사명과 지역사회에서의 사회적, 교육적 역할을 강조한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공연을 홍보하며, 공공극장에서도 좌석 점유율은 극장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는 관객 수를 늘리기보다는 극장의 문턱을 낮추어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공공 제작극장은 교육 연계 프로그램이나 야외연주를 제외하고 대부분 유료 공연이다. 하지만 다양한 회원권과 할인 마케팅을 통해 관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공공극장은 늘 관객으로 북적이는 문화예술의 ‘장’으로서 역할을 한다. 반면, 객연극장은 상업적 논리에 따라 대중이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와 마케팅을 통해 관객들의 관심을 최대한 환기시키고, 이에 따른 수익을 얻는다. 


한국의 극장 환경도 이러한 구분과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공공 제작극장과 객연극장의 운영 방식이 혼재된 한국의 극장 환경은 이러한 면에서 재고가 필요하다. 공공 제작극장은 예술적 사명과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관객과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목표로 해야 하며, 객연극장은 대중의 관심을 끄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예술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독일과 같은 제작극장의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 소속 예술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의 예술적,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고 운영 시스템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인력 및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의 문화정책을 바라보는 정치인들은 예술가의 급여와 근무방식에만 함몰되어 있다. 물론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예술단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개발될 여지를 박탈해서는 안된다. 미래에 한국의 일부 지자체 문예/예술의 전당이 독일식 제작극장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시나리오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미 자리잡은 문화 자원인 예술단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제 글의 인용이 필요하면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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