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 울름 대성당 앞 광장은 말 그대로 북새통이었다. 예수 승천일 연휴와 주말 장터, 그리고 6년에 한 번 열리는 독일음악제(Deutsches Musikfest)가 겹치며 도시 전체가 축제의 공간이었다. 올해로 7회를 맞은 이 축제는 유럽 최대 규모의 관악·타악 중심 음악제로, 독일 전역 445개 단체, 약 21,500명의 음악가들이 울름과 노이울름을 찾았다.
도심 곳곳 30여 개의 무대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공연과 퍼레이드는 단순한 음악 행사를 넘어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커다란 공동체 경험을 추구한다. 거리에서 연주하는 트롬본 군단, 강변에서 리허설 중인 청소년 밴드, 광장 한복판을 행진하는 금관악기 팀들. 연주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공연이 '걸어 다니며 마주치는' 축제였다.
이 축제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독일 관악협회(BDMV)가 주최하며, 독일 연방정부의 문화 산하 기관인 Initiative Musik을 통해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Initiative Musik은 음악 행사, 축제, 아티스트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는데, 특히 비도시 지역의 소규모 및 중간 규모 축제를 우선적으로 돕는다. 최대 50,000유로의 보조금을 제공하며, 지속 가능성, 젊은 예술가 육성, 참여와 접근성 증진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지원 대상이 된다. 즉, BDMV가 주도하되, 연방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후원, 그리고 시민 자원봉사가 조화를 이루며 행사를 완성하는 구조다.
무엇보다 이 축제는 매번 같은 도시에서 열리지 않는다. 독일 전역을 돌며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6년마다 개최지를 바꾼다. 이 순환형 모델은 특정 대도시에 집중된 문화자원을 풀고, 지역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국가 단위 문화 행사를 지방에서도 누릴 수 있게 하자는 철학이 엿보인다. 연주자 대다수는 아마추어다. 각 지역에서 평소 활동하던 단체들이 몇 년을 준비해 한 무대에 선다.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이 무대를 채운다. 울름의 시민들은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었다. 광장에 모이고, 거리를 따라 함께 걷고, 연주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음악이 도시를 점령한 것이 아니라, 도시가 음악을 환대했다. 이번 축제의 슬로건 “Musik baut Brücken(음악은 다리를 놓는다)”처럼, '함께 하는 경험'은 연주자든 관객이든 사회적 단절을 넘어 지역과 세대를 잇는 매개체였다.
한국에도 다양한 음악 축제가 존재하지만, 대부분 특정 장르에 한정되거나, 지정된 도시에서 전문 연주자의 공연을 시민이 관람하는 형태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지역 축제 내에서 시민 참여형 공연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주로 지역 동호회 발표회 형식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모든 축제는 고유한 의의를 가지며,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특히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축제라면, 지역 간 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더 넓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음악은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갇히지 않고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며 그 접점을 넓히기 좋은 장르다. 누구나 노래를 부를 수 있고, 한국은 방과 후 수업 등을 통해 악기 하나쯤은 다뤄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도 많다. 한국의 정치구조 특성상 중앙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더라도, 독일음악제처럼 지역이 주도하고 민간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형태의 생활 밀착형 예술 활동이 활성화된다면, 풀뿌리 문화는 더욱 견고하게 자라날 수 있다. 이는 문화가 특정 계층이나 대도시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더욱이 독일음악제와 같은 순환형 모델은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와 전국적인 문화 네트워크 구축에 이상적인 대안이 된다. 이러한 방식은 문화 향유의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고, 지역마다 특색 있는 문화 생태계가 자생적으로 발전하도록 돕는다.
새 정부는 지역 맞춤형 문화 콘텐츠 개발과 앙상블 중심 제작극장 도입뿐만 아니라, 독일음악제와 같이 민간이 주도하고 지역이 참여하는 문화 활동 전반에 대한 폭넓고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를 통해 풀뿌리 문화가 단순히 여가 활동을 넘어 '잘사니즘'를 위한 든든한 토대로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누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될지 매우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