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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험가 Dec 08. 2021

카더라 통신의 진실

사립초등학교 이야기 3탄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지난 글)


 지난 글에서 아이가 반에서 영어 모르기로 뒤에서 세 번째로 든다는 전화를 받고, 약간의 충격이 있었다. 사립초등학교는 영어를 유아기에 이미 많이 접해본 아이들이 온다는 사실은 진실이었던 것이다.

영어유치원 3년은 아니어도 영유 2년 차, 영유 1년 차인 아이들이 반에 70% 이상을 차지했다. 

걱정과 불안의 마음은 있었지만, 학교의 배려에 감사했다.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따로 기초부터 영어를 추가로 배울 수 있다니... 감사한 마음이다.

이제 갓 같교에 입학한 아이를 영어학원으로 내몰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음 한편엔 괜찮아, 천천히 자기 속도대로... 눈과 귀를 닫고 오로지 내 아이만 바라보자며 다짐했다. 

이제 8살 1학년인 아이 월화수 3일을 4시가 넘는 시간까지 학교에서 추가로 수업을 받고 오는 것이 영 힘들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내게 이런 말을 꺼냈다.

"엄마, 나 2학기에도 이렇게 추가로 수업받아야 해?"

"응, 총 5권으로 이뤄진 교재인데 1학기에 2권까지 나가고 2학기에 나머지 3권을 나간데."

"나 힘든데, 안 하고 싶어..빨리 집에 오고 싶어"

"그래, 힘들지~" 우선은 1학기만 잘 마무리해 보자라며 아이를 달래주었다.

맞다. 이제 고작 1학년인 아이가 4시가 넘는 시간까지 수업을 받다니.. 거기에 우리 아이는 유치원도 1년 다니며 6년간 자유로운 영혼의 절정을 찍은 아이인데..... 쉽지 않았을 1학기였겠지만 아이는 기특하게도 마무리를 잘했다. 그렇게 2학기는 어떻게 될까 하던 찬라... 


학교 번호로 또 전화가 왔다. 담임 선생님이셨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oo담임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어머니, oo 이가 1학기 동안 실력이 쑤욱 올라서 2학기 나머지 세 권은 진도를 나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졸업입니다. 졸업^^"

그때 담임 선생님께서 더 기뻐해 주셨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영어를 미리 배우지 못하고 온 아이에게 하시던 말씀.

영어를 못하는 게 아니야, 그 시간에 너희는 또 다른 경험을 했을 뿐이야.

선생님의 그 따뜻한 아이를 위한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아이는 2학기는 힘들어서 안 하고 싶어였는데, 자연스레... 파닉스반을 조기 졸업하게 되었다.

아이는 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뒤 영어 수업을 듣고 온 날 이후 나에게 나도 영어를 읽고 싶다고 말했었고, 아이를 위해 가장 쉬운 리딩북을 함께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1학년 때 했던 활동은 이러했다.


1. 세상에서 가장 쉬운 리더스북(스콜라스틱) 매일 밤 자기 전에 함께 읽기.

2. 학교 수업 복습 하기.

3. 영어 영상 꾸준히 함께 보기.

4. 사이트 워드 단어 퀴즈 게임 자주 하기.

5. 옥스퍼드 리딩트리 프로그램으로 영어책 읽기 및 퀴즈 하기.

영어책으로 영어를 거의 배웠다. 매일매일 꾸준히 시도했더니, 그 해 9월 아이는 스스로 영어책을 읽기 시작했고, 영어 성적도 부쩍 올랐다. 

주변에 잘하는 아이들이 많아, 자극이 되어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엄마는 엄마라는 자리에서 다소 걱정과 불안도 있었지만 우리는 1학년을 잘 마무리하고 한 단계 성장한 후 2학년을 맞이 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카더라' 통신이 많다.

사립초는 어떻다더라, 공부는 어떻다더라.. 아이들이 어떻다더라...

그래 다 맞다. 

하지만 거기서 중요한 것은 중심을 잃지 않는 것.

내 아이를 믿어주는 것.

그것이 카더라 통신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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