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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샤워장

캠핑장 에피소드

by 탐험가

캠핑은 내 즐거움보다 아이들과 신랑의 즐거움이 훨씬 컸다. 텐트 치는 것, 공용 세척실, 화장실 모두 싫었다. 그래서 캠핑장을 고를 때, 신랑에게 편의시설이 깨끗한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나는 심지어 여행을 가도 4박 5일간 큰일을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성격의 소유자다 보니 캠핑과 가까워지는 첫 단추부터 어렵다.

자연 풍경이 어떻고, 사이트 간격이 어떤지.. 궁금할 틈이 없었다.


공용 화장실

하지만 이제 엄마 캠퍼인데, 그깟 화장실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막상 캠핑하러 가면 자연과 함께 지내는 시간은 좋았다. 아이들과 자연을 즐기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여유를 즐기는 시간은 힐링 그 자체였다. 텐트에서 가족 모두 오븟이 모여 하룻밤을 보내는 시간이 좋다. 그 시간을 즐기려면 어쩔 수 없이 거쳐가야 하는 공간. 화장실과 편의시설.


나와는 반대로 둘째 딸은 캠핑장 샤워실에서 샤워하는 것을 즐겼다. 매번 캠핑장에 도착하면 "엄마, 우리 샤워실 어떻게 생겼나 보러 가자!" 딸은 원래도 공중목욕탕을 좋아한다. 캠핑장 샤워실이 마음에 들면 언제나 "와~ 너무 좋다! 엄마 우리 놀고 얼른 샤워하자!" 나는 안 하고 싶은데.. 딸은 늘 샤워를 하러 가자고 한다.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연덕스러운 딸이 귀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다.

알았다고 대답하고 우선은 놀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이와 캠핑장 주변에서 자연놀이를 즐기던 중이었다.

"엄마, 나 화장실 갈래."

나는 사실 최대한 화장실도 참았다가 간다. 하지만 아이는 그럴 수 없다.

"오빠, 하윤이 화장실 가고 싶다는데... 같이 갔다 오면 안 돼?

신랑은 언제나 OK이지만, 딸은 엄마랑 '여자 화장실'에 간다고 한다. 딸인데 당연히 여자 화장실에 가는 게 맞다. 그 사실을 외면하고 싶은 이기적인 엄마다.


낙엽이 많이 떨어진 계절이라 화장실 입구부터 젖은 나뭇잎들이 바닥에 즐비했다. 그 나뭇잎을 보면 벌레 같기도 하고, 상상 속의 어떤 이물질 같기도 해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기 싫어진다. 상상력이 너무 발동했다. 화장실을 한번 쓰윽 둘러보니 다른 캠핑장보다 화장실 칸이 많았다. 보통 3개 많아야 4개인데.. 여기는 양쪽으로 화장실이 있었다.


근데, 참 이상한 점이 있었다.

한쪽 방향은 일반 공동 화장실 형태의 문이고, 다른 한쪽 방향은 불투명 유리로 되어 있었다.

잉? 화장실 문이 불투명 유리....? 그럼 대강 밖에서 보일 텐데... 이상했다. 불길했다. 딸도 이상하다는 듯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엄마, 화장실 문이 왜 이래? 열어 보자"

솔직히 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딸이 열어보자는데 용기내 보았다.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변기가 아닌, 샤워기가 있었다.
화장실만 한 크기의 샤워실이.. 반대편 칸에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화장실과 샤워실이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보통 집 욕실은 변기 바로 옆에 샤워하는 공간인데 말이다. 하지만 여기는 공용 화장실이니 이상한 건 사실이다. 거기다 화장실 문이 불투명이어도 이상한데, 샤워실 문이 불투명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더 이상하다.


화장실에서 급히 빠져나왔다.

전원주택 대신 선택한 캠핑.. 적응하긴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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