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에서 어린아이가 되다.
캠핑장 사이트: 미리 예약해서 텐트를 치고 오는 공간.
한 마디로 오늘은 '내 땅'이다.
자리마다 줄로 그어 놨다. 여기는 내 땅 저기는 네 땅. 명확하다.
다른 사이트를 함부로 들어가거나 텐트가 넘어가는 일이 생기면 안 된다. 남도 우리 자리에 넘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도 최대한 줄도 밟지 않려 노력한다. 그래서 그런 걸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 자리를 잘 피해서 걸어가나 살핀다. 신경도 안 쓰고 우리가 식사하는 곳 가까이를 가로질러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나빠진다.
내가 예민할 걸까?
내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니, 아이들에게 항상 조심하라는 말을 한다. 아이들도 유난스러운 엄마가 귀찮은가 보다 이제는 대강 듣고 흘리는 듯하다.
"알았어, 알았어."
그러던 와중 어느 여름 캠핑 날이었다.
캠핑장에 도착해 우리 자리에 짐을 내리고.. 어떻게 텐트를 칠까 고민하고 있었다.
옆 사이트의 캠퍼인지 우리 가까이로 짐을 내리기 위해 차를 몰고 왔다. 차 뒷 꽁무니를 우리 짐 내려놓은 곳 가까이 '바짝' 주차를 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인가.. 멍 하던 중.. 몰라서 그랬겠지.. 우리 짐을 보면 분명히 차 위치를 바꿀 것이라 생각했다. 짐을 내리기 위해 '잠깐'동안 주차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불쾌했다.
그 사람은 차에서 내려 우리 짐이 자기 차 바로 밑에 놓여 있는 사실을 보았지만.. 유유히 본인의 짐을 꺼내고 텐트 치기를 준비했다. 짐을 내리며 우리 사이트를 종횡무진하고, 우리 텐트에 달린 줄들을 밟고 다녔다.
조심해 달라고 말 한마디 못하는 나와 신랑...
강렬한 햇볕과 기분 나빠진 탓에 캠핑에서 먹은 음식은 배탈로 이어지고.. 몸도 마음도 고달픈 캠핑의 시간을 보냈다. 정작 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말이다. 이상 야리 꼬리 한 이 캠핑장 사이트의 위치 때문이라며.. 핑계를 대고 이제 여기는 오지 말자고 했다. 캠핑을 다니며 내가 이런 성격의 소유자인지 실감하는 날들이다.
다음날 아침.
어제저녁부터 아팠던 몸 탓에 제대로 즐기지 못한 시간들이 아까웠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아팠던 몸이 치유되고 나니 감사함이 몰려왔다. 사소한 일로 내 몸을 아프게까지 한 내 모습이 조금 부끄러웠다. 아이들은 여전히 내 땅인지 네 땅인지 궁금하지 않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내가 아이들보다 속이 더 좁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면 캠핑은 내 땅도 네 땅도 아닌, 우리 모두가 잠깐 빌려 쓰는 땅이다.
소중하게 보호하고 재미있게 놀다 가면 그것으로 행복인데 말이다.
나의 예민한 성격들이 캠핑을 통해 조금씩 바뀌어 나가길 기도해 본다.
나는 왜 그토록 우리 자리를 지키려 했을까?
다음번엔 덜 예민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