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에 진심으로 다가가다.
지난번 이야기에서 캠핑을 대하는 마음의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음을 이야기했었다.
갑자기가 아닌 서서히 어느새 캠핑이 내 마음속에 우리의 생활 속에 녹아들고 있었다.
방역수칙에 따라 캠핑을 떠났고, 주말이면 떠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12주 연속 캠핑 챌린지를 경험했고, 캠핑에 대한 자신감이 하늘을 치솟았다.
자유로운 환경, 자연과 함께 자라는 아이들, 늘 꿈꿔 왔었던 지난날들이.. 영화처럼 지나갔다.
처음은 어려웠지만 캠핑은 이제 내가 먼저 좋아서 가자고 할 정도로 캠핑을 사랑하게 되어가고 있었다.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나도 이제는 캠핑 시작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결론은 '전원주택 대신 선택한 캠핑'은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자주 캠핑을 다니다 보니 조금씩 캠핑 장비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욕심이라고 할 것도 없다.
우리 캠핑은 소위 말하는 '난민 캠핑'이었다. 캠핑 용품들을 바닥에 늘어놓고 캠핑하는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캠핑이 좀처럼 적응이 안된 나에겐 캠핑 장비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부족한 장비로 아이들과 주말마다 캠핑 육아를 지속하기란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이런 나의 불편함을 알았던 것일까? 신랑이 어느 날 꺼낸 말.
우리 텐트 바꿀까?
그동안 유심히 봐 왔던 텐트와 이런저런 장비들을 보여 주었다. 한눈에 봐도 새하얀 면 텐트, 편안한 보금자리가 될 듯싶었다. 면 텐트는 폴리 텐트보다 통기성이 좋아 건조함에 취약한 첫째의 비염에도 신경을 쓴 텐드이다. 하지만 텐트와 필요한 장비들을 구비하려면 자금이 '몇 백'은 필요해 보였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계산기를 두들겨 보았다. 아무리 굴려도 현재 있는 텐트 및 장비를 중고 판매한다 해도 부족한 자금. 통장에는 여행 가려고 준비해 놓은 적금 외에는 해지할 수 없는 적금들뿐...
문득, 생각해 보니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언제 갈지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행 자금 + 현재 있는 텐트 용품 + 집에 필요 없는 각종 제품들을 중고로 판매하면 자금이 얼추 맞춰지는 듯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캠핑에 적극적인 사람이 되었을까? 그런 생각도 잠시...
우리는 그 길로 장사꾼이 되었다.
"직접 배송해 드립니다." "언제든 고객의 시간에 맞춰서 갖다 드립니다"
우리는 여행이라도 하듯 차에 짐들을 싣고 여기저기 팔러 다녔다.
'시세보다 조금 낮은 가격', '직접 배송' 덕분인지 제품들은 올리자마자 대부분 불티 나게 팔려 나갔다.
장사를 해야 하나? 중고나라에 판매하는 글도 고객(?)을 대하는 내 태도도 진심 장사꾼이었다. 이런 능력으로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모든 제품들을 당근 판매하고 자금이 마련되었고, 그동안 찜 해 놓은 텐트를 드디더 구매할 수 있는 날이 왔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재 탄생한 텐트여서 그럴까? 텐트에 더 정이 갔다.
다들 이러고 캠핑하는 걸까?
캠핑이 처음부터 진심이지 않았던 나로서는 기적 같은 일이다.
두 번 다시 캠핑하지 않겠다는 선언, 공용시설 이용에 대한 거부감, 난민 캠핑 생활 등..
캠핑을 하며 불만만 늘어놓았던 그동안의 시간들...
중고상품 팔려 나가듯 그때의 마음들도 팔려 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의 일들은 재미난 에피소드로 그리고 나를 변화시켜준 날들이 되었다.
이렇게 기록하고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이 되었고, 오랫동안 나와 함께 할 것이다.
캠핑에 진심인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 캠핑 시작해도 될까요? 힘들지 않나요?라고 묻는다면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처음은 누구나 어렵고 힘들 수 있다고, 하지만 당신도 분명 '캠핑'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초보 캠퍼에서 찐 캠퍼로 성장시켜 준 텐트가 그리운 날이다.
잘 살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