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 패딩과 한 몸
마음은 찐 캠퍼로 바뀌었지만, 태생적 몸뚱이는 바꿀 수 없었다.
내 몸은 1~2도 기온 차이도 크게 다가온다. 식사할 때 서늘한 바람이 몸을 스치면 체하기 일수. 식사 시간이 되면 창문을 닫거나 무릎 담요를 이용해 몸을 감싸는 일이 잦다.
선풍기 바람, 자동차 안 에어컨 바람도 직접 내 몸에 닿지 않게 한다.
가스버너가 식탁에 함께 있는 음식점은 보통 한 겨울을 제외하면 에어컨을 가동하는 경우가 많다. 불 앞에서 땀 흘리며 식사하는 손님을 위한 배려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달갑지 않은 배려다.
에어컨 온도를 낮춰 달라고 부탁하거나 그게 어려우면, 에어컨 바람이 제일 오지 않는 자리를 소개받는다.
식당 들어갈 때부터 까탈스러운 손님 대접을 받는다. 신기한 눈빛으로 보기도 한다. 이런 체질을 배려하는 사람은 온전히 신랑과 아이들이다.
캠핑장은 보통 산, 들, 강이 있는 곳에 주로 위치한다. 보통 우리가 자주 다니는 공원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캠핑 갔는데 아프면 큰일이니 더욱 신경 쓴다. 따뜻한 봄 햇살이 비치는 5월이 되어도 여전히 춥고, 혼자 아직 겨울이다. 명작동화 '거인의 정원' 한 장면인 거인에게만 길고 긴 겨울이 계속되는 것처럼. 다들 티셔츠 차림 또는 얇은 바람막이 하나 걸치는 수준의 날씨여도 내 몸은 겨울에서 나오지 못했다. 6월은 되어야 그나마 숏 패팅까지 벗을 수 있다. 신랑은 한여름 빼고는 패딩을 항상 챙기라고까지 한다.
이런 몸을 가진 여자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캠핑을 놓칠 수 없다.
지난 사진을 보니 더욱 객관적으로 나를 볼 수 있었다.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 나는 봄.
모두 겨울 옷 벗고 생활하는 사람들.
딸 역시 티셔츠 하나의 차림.
심지어 더워서 팔도 겉어 붙인 딸.
나는 여전히 숏 패딩도 아닌 롱 패딩.
속은 두꺼운 니트.
모두 가벼워지는 날씨에도 나는 아직 무겁다.
남들의 시선이 가끔 보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먼저 건강해야 즐거운 캠핑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캠핑을 처음 시작하면서 캠핑 다시는 안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반복되는 캠핑 생활을 하면서 변화의 계기가 되었던 나의 캠핑 육아.
이런 환경 속에서 캠핑을 지속하는 나의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캠핑의 매력은 어디까지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