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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캠핑 가기 싫어!

반복은 지겨워

by 탐험가

같은 일상의 연속은 싫증 난다. 매일 다이내믹한 일을 꿈꾸는 아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캠핑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함을 주는 우리 가족의 공동 여가활동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그 생각은 나만의 생각이 되었던 것 같다.

텐트 치고-> 점심 먹고-> 산책하고-> 저녁 먹고-> 모닥불을 피운 뒤 잠을 잔다. 이런 캠핑 루틴이 지속되니 내가 먼저 알아차리기 전에 아이가 먼저 내뱉던 말.


"엄마, 캠핑 안 가고 싶어. 그냥 집에서 책 읽고, 놀고 싶어"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은 그래, 항상 캠핑이나 여행이 좋을 수는 없어... 아이의 마음 이해한다. 하지만 방금 전 아이가 말한 '캠핑 안 가고 싶어'는 다른 뜻이다. 캠핑이 더 이상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캠핑을 다닐 때마다 두 아이는 각자 성향을 담은 캠핑 준비물이 있었다. 독서를 좋아하는 첫째는 책을 들고 다녔고, 미술을 좋아하는 둘째는 종이 몇 장, 연필, 색연필 몇 개를 챙겼다. 두 아이가 좋아하는 취미를 조금 더 확장시켜나가면 아이들의 캠핑 생활에 변화가 될까? 어떻게 하면 캠핑을 아이들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까?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어떤 특별한 일을 벌이기에 앞서 거실에 곱게 펼쳐져있는 러그 마냥 펼쳐져 있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그런 마음이 아이들에게 비친 모양이다. 이대로 지속할 수는 없다. 아이의 행동과 말에 '주목'(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살핌. 또는 그 시선.) 해야 할 시점이다. 내가 우선 할 수 있는 행동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캠핑에서 아이들과 놀이에 좀 더 집중한다.

캠핑장 주변을 탐험하며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적극 함께 한다.

나도 함께 즐기기 위한 놀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로 새로운 의견들을 경청한다.

부모만 좋은, 아이만 좋은 캠핑이 아닌 균형을 맞춘 캠핑이 되도록 말이다.

캠핑을 떠나기 전 아이들과 매번 대화를 나눴다.

이번 캠핑에는 무엇을 할까?

어떤 음식을 같이 만들어 먹을까?

어떤 활동을 해 볼까?

그렇다면 미리 준비할 물품이 있을까?

캠핑에 또 다른 변화들이 찾아왔다. 나도 덩달이 신이 났다.


이런 계기를 그냥 흘려보냈다면 우리 가족 캠핑의 모습은 어땠을까? 계속 지속할 수 있었을까?

할 수는 있었겠지만, 행복한 지속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캠핑에 데려간다고 모든 아이가 무조건 '행복'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캠핑에 적응하는 시간과 아이들이 적응하는 시계가 반대로 흘러갔고, 이제는 엇박자에서 벗어나 '쿵짝쿵짝' 서로 맞춰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일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지면 삐그덕 소리가 난다.

우리의 캠핑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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