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관심이 많고, 상대는 관심 없고
캠핑은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다녀와서 다르다.
우리가 소위 뜻하는 '그것'과는 반대의 의미다.
지난번 캠핑에서 폴대를 하나 부러뜨리는 사고를 겪으며.. 텐트를 세우는데만 몇 시간을 보낸 우리 부부...
참 그게 뭐라고 세워지질 않는 걸까? 거기에 바람까지 불어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앞 사이트 가족들은 유유히 앉아서 간식 먹고, 음악 들으며 아이들과 재미나게 노는데..
우리는 텐트 하나 세우지 못해 낑낑... 대체 텐트 설치 30분은 어디서 나온 말일까?
근데, 참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텐트 치는 실력이 늘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슬슬 자신감이 생겨가는 캠핑이었다.
이번 주 캠핑은 사이트(캠핑 자리)가 몇 번 몇 번 정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그냥 허허벌판에 적당한 곳에 텐트를 설치하면 되는 캠핑장이었다. 초보자에겐 어려운 캠핑장...
겨울이라 장박 텐트들이 많았고, 혹시라도 주말에 놀러 올 장박 텐트를 피해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선에서 자리를 찾아 헤맸다. 우리 부부 모두 성격이 신중한 스타일이라 정해진 자리가 아닌 이런 곳이 참 힘들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 고른 자리에 텐트를 치고, 맞은편에 장박 텐트가 있었지만 시간도 많이 지났고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 따뜻한 햇볕을 받고 쉬고 있었다.
차 한 대가 들어왔다. 우리 쪽 가까이에 차를 세우고 주차를 했다. 우리와 마주 보는 장박 텐트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왜 항상 예상이 틀릴까? 그리고 생각보다 마주 보는 텐트와 우리 텐트의 거리가 좁고, 서로 속이 훤히 보이는 것이다. 자꾸만 시선이 갔다. 자꾸만 자꾸만 쳐다보게 되었다.
이런 성격의 소유자가 무슨 캠핑을 하겠다고 이러고 다니는지... 너털웃음이 났다.
신랑에게 불편하다고 위치를 조금 바꿔 보는 게 어떻겠냐고, 낮에는 밖에 나가서 놀아서 괜찮은데.. 저녁에 식사랑 모닥불 피울 때 밖에서 '너무 마주 보는 것 같아서.. 불편해..' 신랑은 알겠다고 했고, 박아 놓은 팩을 힘들게 다시 뽑아 텐트 위치를 조정했다. 살짝 측면으로 돌렸다. 한결 나은 듯했으나... 이상하게도 가까운 느낌.. 자꾸 신경 쓰이는 반대편 캠퍼..
정작 반대편 가족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말이다.
텐트에 내가 몰랐던 기능이 있었다. 앞부분 비 가리개 부분(캐노피)을 더 길게 내려서 앞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그 작업을 했다. 이 무슨 웃긴 일인가.. 텐트는 진작에 다 쳐 놓고, 텐트 고치는데 몇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녁 시간을 편히 보내려면 이 정도의 수고로움은 참고 견뎌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앞을 가로막을 정도로 내려버린 텐트는 햇볕도 제대로 들지 않고, 답답했다. 에라 모르겠다. 이제 그냥 이 자리를 피해 강으로 놀러 가자! 엄마가 캠핑에 적응하는 동안 아이들은 기다림도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편안한 저녁 식사를 위해 위치를 두 번 바꾸고, 텐트 모양새를 바꾸는 노력을 했으니.. 룰루랄라~ 고기 먹을 준비를 하려고 야채와 쌀 준비를 해서 세척실로 향했다. 깨끗이 씻고 우리 텐트로 돌아왔다. 뭔가 썰렁한 기운이 느껴졌다. 뭐지? 이상하게 마주 본 텐트가 조용하다. 식사하러 안에 들어갔나? 놀러 갔나? 안에서 부부와 두 아이가 나오더니 전기를 뽑고, 차로 향하고 있었다.
한나절만 놀고 돌아가는 장박 가족이었던 것이다.
낮 동안 편한 저녁식사를 위해 썼던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그 사람이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관심 없는데요?"
이런 성격의 소유자도 캠핑을 할 수는 있는 거겠죠?
그런 물음 속에 머리를 한대 얻어맞는 것 같았다.
캠핑은 내게 늘 '새로움'을 안겨 주는 미지의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