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캠핑 이야기
첫 캠핑의 악몽을 잊지 못하고, 내상을 입었던 나와 신랑..
나는 가정보육도 8년이나 했던 사람인데 그깟 캠핑하나 제대로 시작을 못하냐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했다. 한동안 캠핑 육아는 내 길이 아니라며 마음을 접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엄마, 우리 캠핑 또 언제가?
첫째가 말을 꺼냈다.
"엄마 그때 캠핑 너무 재미있었는데, 우리 또 언제가?"
"응? 캠핑? 그때 재미있었다고?"
아이는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곧 갈 거라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으응... 곧 갈 거야.."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한 걸까? 그날의 기억 이후 나는 캠핑을 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는데...
아이에게 곧 갈 거야 라는 말을 했고, 나는 거짓말쟁이 엄마는 안되고 싶었다. 신랑에게는 그렇게 호언장담을 하며 다시는 캠핑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자존심 강한 나는 캠핑을 다시 하자고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아이 핑계를 대며, "애들이 캠핑 가고 싶다는데... 어쩌지?" 신랑은 나를 보며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었고, 아이들이 하고 싶다는데 가야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나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신랑은 내심 기다렸던 것일까? 텐트부터 준비하자고 했고, 그 뒤로 캠핑용품들은 일사천리로 준비가 됐다.
그렇게 우리의 두 번째 캠핑이 시작되었다. 진짜(?) 캠핑을 시작하려고 생각하니 1부터 10까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가족의 짐을 싸는 일, 먹을 것 장 보고 캠핑용품을 챙기는 일들 캠핑을 다시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첫 캠핑 때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제 텐트도 준비했으니까...
그렇게 캠핑장에 도착해 텐트를 치는데 30분이면 분명 설치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우리는 4시간에 걸쳐 텐트 설치가 끝났다. 텐트를 다 치고 나니 하루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거기에 비까지 내리며.. 또 시련을 안겨 주었다. 나는 캠핑과는 인연이 없는 것일까? 아이들도 이번엔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고 힘들었던 모양이다. 제대로 놀지도 그렇다고 텐트 치는 것을 도와주지도 못한 채 4시간을 그냥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텐트까지 샀는데, 아이들이 캠핑을 다니기 싫다고 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올라왔다. 최대한 감정을 조절하고 남은 시간 동안은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강에 가서 놀고 저녁에는 벌레 없이 고기를 구워 먹고, 밤에는 모닥불도 피웠다. 텐트 치며 힘들었던 수고로움도 불 속으로 사라지고, 예전의 첫 캠핑의 기억도 사라졌다. 텐트 치는 솜씨는 분명히 날이 갈수록 숙달될 것이고, 함께 자연에서 놀이를 즐기는 고수 캠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유난히도 빛 났던 포천에서의 두 번째, 아니 진짜 첫 번째 캠핑의 밤에 신랑과 맥주 한잔을 하며 이야기했다.
"다시는 캠핑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것 미안해.. 사실 그 말 하고 후회하고 있었어.."
신랑은 조용히 내 손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아이가 먼저 캠핑 또 언제 가냐고 물어봐줬던 그날이 고마웠다.
첫 캠핑은 가짜 캠핑이었고, 이번이 진짜 첫 캠핑이었을까?
아니, 그때도 진짜, 이번에도 진짜 캠핑이었다.
이제는 내가 꿈꿔 왔던 캠핑 육아를 할 수 있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