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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대신 선택한 캠핑

첫 캠핑의 추억

by 탐험가
내가 상상했던 캠핑과 현실의 첫 캠핑은 차이가 컸다.

두 아이를 가정 보육하는 엄마에게 도심 속 아파트는 늘 답답한 공간이었다. 전원생활을 하며 자유롭게 풀어놓고 키우고 싶었다. 함께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텃밭도 가꾸며 자연 친화적인 육아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전원생활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신랑의 회사 아이들의 교육 전원생활을 꿈꾸며 현실 욕심과 타협이 되지 않았던 생각들로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신랑이 우리 캠핑 다닐까?

티브이 속 책 속에서 보았던 캠핑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예쁜 텐트, 자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여유롭게 책을 읽는 모습, 불멍...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 늘 전원생활을 꿈꿔왔던 나는 차선으로 캠핑이라도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캠핑이었다. 일단 캠핑을 시작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나는 대충 필수장비 몇 개만이라도 준비해서 캠핑을 떠나자고 했다. 1박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캠핑 흉내만이라도 내고 싶었다. 그렇게 대강 준비된 상태로 캠핑을 떠났다. 자갈이 크고 강이 있는 차박지로 유명한 곳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텐트를 치거나 차박을 준비한 가족들이 많이 있었다. 텐트를 보니 부러운 마음이 한가득 들었다. 우리도 얼른 텐트를 준비해서 다음 캠핑에는 꼭 텐트를 쳐야지라는 야심 찬 생각을 하며, 자리를 잡고 준비해 온 테이블과 의자를 펼쳤다. 초라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낮에 아이들과 강에서 다슬기를 잡고, 발에 물을 담그며 캠핑 온 느낌을 한 껏 만끽했다. 자연에서 느끼는 힐링은 언제나 좋다. 주말이면 강이나 숲에 놀러 가는 일은 잦았지만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텐트도 없이 캠핑이라며 왔지만, 야외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갈 생각에 우리 부부도 아이들도 많이 들떠 있었다.

어둑어둑해지기 전에 다른 가정들은 하나 둘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불을 피우고, 고기 굽는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우리는 벌써, 저녁을 먹냐며 놀기에 바빴고, 어둠이 찾아오고서야 저녁 준비를 했다. 우리에게 찾아올 비극을 알지 못한 채....

문제가 발생했다.

해가 지기 전에 식사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왜 그랬는지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 어둠 속에서 붉은 랜턴을 켜고, 부랴부랴 가스버너를 켠 다음 프라이팬을 올리고 고기 구울 준비를 했다.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붉은 랜턴 아래 수많은 벌레가 갑자기 몰려들었고, 한 마리 두 마리에서 열 마리 스무 마리 모든 벌레들이 우리 쪽으로 몰려드는 것만 같았다. 파라솔 하나 없는 허허벌판 위 저녁 식사 차림은 벌레떼와의 사투를 벌이게 되었고, 프라이팬 지글지글 고기 속에 죽은 벌레들, 된장, 김치, 밥 위로 올라온 벌레 덕분에(?) 놀란 아이들은 비명을 질렀고, 아이들을 다독이기 앞서 창피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텐트 속, 모기장 안에서 여유롭게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모닥불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초라한 짚신 한 짝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간다면 아이들에게 좋지 못한 기억만 남긴 채 돌아간다는 생각에 오기가 생겼고, 차에서 잠을 자고 가자고 신랑에게 말했다. 신랑은 그냥 돌아가자고 했지만 이대로는 정말 싫었다. 차 안에서 잠을 잤던 경험이 없었고, 준비해 간 캠핑 용품을 밤새 둘 곳이 없었다. "그냥 밖에 두고 자자" 라며 쉽게 말해버렸다. 신랑은 비가 오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의 말을 했지만, 비가 오지 않을 거라고 한 밤 자고 가자고 졸랐다. 나의 호언장담과는 반대로 새벽에 비가 왔다. 나는 피곤하고 지쳐 눈을 뜰 수 조차 없었고, 신랑을 외면했다. 신랑은 비를 다 맞아 가며 꾸역꾸역 캠핑용품을 좁은 차 안에 넣었다고 한다. 지칠 대로 지친 신랑의 모습... 신랑 말을 들었어야 했나...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미안한 마음은 뒤로 한 채 첫 캠핑에 대한 나쁜 기억만을 이야기했다...

그토록 원하던 자연에서 아이들과의 캠핑 육아는 나만의 상상이었던 것뿐이었을까?


나는 두 번 다시는 캠핑을 하지 않겠다고 신랑에게 선언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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