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탐험가 May 02. 2022

웃음 뒤에 남기고 간 아이의 흔적.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등교 버스 탑승 시간은 오전 7시 48분이다. 학교 도착 시간은 8시다. 1교시 수업 전까지 대략 40분 정도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다. 그 시간을 두 남매 모두 좋아한다.

대충 5분이면 스쿨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거리에 우리 아파트가 있다. 만약 7시 48분 버스를 놓치면 그다음 버스 8시 30분 버스를 타야 한다. 그 버스를 타면 허겁지겁 1교시 준비하는 것을 경험했던 두 아이는 무조건 7시 48분 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눈을 뜬다. 가끔 밤에 장난을 치며 잠드는 시간이 길어질 때면 "엄마는 안 깨운다~ 늦잠 자면 두 번째 버스 타야 해~"이 말 한마디에 장난도 금새 멈추곤 할 정도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6시 30분이 되니 둘째가 먼저 부스스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어젯밤 인형극 동영상 촬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잠을 자야 했다. 6시 30분쯤 깨어나면 촬영할 수 있다고 말했더니, 알람 시계도 없이 그 시간에 일어난 둘째다. 연이어 5분 간격으로 첫째가 일어났다. 궁둥이 팡팡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아이들을 안아준다.

기특한 녀석들 하며 아침부터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기분 좋은 아침! 새로운 한 주! 위한 엄마의 사랑 넘치는 표현이다. 하루의 시작! 아이를 기분 나쁘게 해서 학교에 보낼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육아 철칙이다.




두 아이는 주말이 지난 월요일이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깔깔 거리는 웃음이 가득하다. 아침 준비를 부산스럽게 하고 있는 내 등 뒤로 재미난 종이컵 인형극을 벌이며 웃는 웃음이다. 그리곤 부엌으로 달려와 5분만 어릴 적 동영상 봐도 되냐고 묻는다. 둘째 하윤이의 4살 적 노래 부르기 영상이 뽑혔다. 동생이 어찌나 귀여운지 첫째 원진이가 깔깔 거리며 흉내를 낸다. 아침 내내 웃음소리가 집안 가득했다. 그 웃음은 식사 시간에도 멈추지 않아, 식사가 늦어지기도 했다.




주말 사이 주문한 어린이날 선물이 도착했다. 어린이날 받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지만 둘째는 인내심이 바닥났다. 아직 첫째 원진이 선물이 도착하지 않아 더욱이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첫째 원진이의 선물이 도착했다면 어린이날을 앞당겨 선물을 주었을까?


아이들이 제안을 하나 했다. 우리 모르게 선물을 숨겨 놓으라는 거다. 어린이날 전에 도착한 선물이 눈에 안 보여야 기다리기도 좋고, 어린이날 직접 찾는 재미도 있으니 잘 때 선물을 숨겨 놓으라고 했다.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상자가 커서 그냥 베란다 고구마 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내일쯤 아빠랑 같이 숨겨 놓을 생각이었는데... 아이들은 내가 벌써 선물을 숨겼다며 아침부터 남매는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눈뜨고 현관문을 나설 때까지 1시간 30분 가량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등교도 1등으로 하면서 스쿨버스 정류장에도 1등으로 줄을 서고 싶다는 남매의 성화에 보통 때 보다 5분 일찍 집을 나섰다. 하나 둘 학교 친구, 동생, 선배들이 오기 시작했다. 첫째 원진이는 워낙에 평소에도 밝은 성격인데 오늘은 더 신이 나서 폴짝폴짝 거리며 스쿨버스로 오는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반갑게 인사를 하기 시작하던 그때! 다리가 꼬여 가로수 밑 철조망에 무릎을 콩! 하고 찍고 말았다. 

무릎에 구멍이 두 개 뽕뽕 뚫려 있었다.
아팠을 텐데.. 동생, 친구들 앞에서 아픈 기색 없이 없다.

피가 나기 시작했다. 등굣길이라 내 손에는 핸드폰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다. 어떡하지? 생각하는 순간 내가 입고 있던 면티가 생각났다. 옷으로 아이 무릎의 피를 닦아 주며 집에 가서 연고 바르고 아빠 차 타고 가자고 말했다. 그래도 늦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이는 괜찮다며 학교에 지금 가겠다고 한다. 보건실에 꼭 가라고 했지만, 괜찮다며 가서 휴지로 닦겠다고 한다. 그래도 꼭 가서 밴드 바르라고 당부했다. 선택은 아이 몫이다.


아침부터 신이 났던 아이의 끝 마무리는 무릎에 상처를 남기고, 버스에 올라탔다.

창 밖에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던 아이의 얼굴에 "엄마 나 괜찮아, 나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 걱정 마." 하던 눈빛이었다. 아이가 나를 위로해 주던 순간이었다. 


아이는 핸드폰도 없고, 오늘은 5시는 되어야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인데... 다리는 괜찮은지 하루 종일 궁금함으로 가득할 하루다. 

집으로 돌아와 운동하고, 집 안 청소를 마치고... 하루 일과를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내 옷에 여전히 보이는 아이의 피. 하지만 이상하게도 쉽게 이 옷을 벗을 수가 없다.

아이의 걱정이 사라지면 옷을 갈아입게 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복채 100원으로 아이 미래를 점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