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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배에서 나왔지만 참 달라요.

부모교육 강사, 삼남매 엄마의 딜레마와 배움

by 프레즌트

아들 둘에 막내가 딸인 세아이의 엄마입니다. 첫째와 둘째는 21개월 터울이고 둘째와 막내는 30개월 정도 차이가 나서 2살, 3살 터울입니다. 삼남매는 같은 배에서 나왔지만 제각기 성향도 재능도 다릅니다.


고2가 된 가운데 낀 우리 둘째 아들은 부모에게 불만이 꽤나 많습니다. 아무래도 중간이다 보니 엄마, 아빠가 형한테 관심이 더 가는 것 같고 막내는 막내대로 귀여워하는 것 같아서 서운도 했을 겁니다.


우리 둘째는 삼남매 중 가장 개성이 있고 창의적인 스타일입니다. 저랑 성향도 많이 달라서 특히 공감형, 감성형인 저의 말들이 논리적인 아이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을 때가 많아요.


저는 칭찬이 많은 편인데 아이에게는 그게 그냥 엄마라서 하는 말로 들릴 뿐입니다. 잠 많고 순둥이었던 둘째 아이가 중2가 되면서 자기 생각도 커지고 코로나에는 2년 가까이 삼남매와 제가 집에서 같이 지내다 보니, 그때 둘째의 사춘기 시기와 맞물려서 갈등도 좀 있었습니다. 물론 사랑하는 자식인지라 금방 감정이 가라앉기도 했지만 마음을 지키는 것이 쉽진 않았습니다.


중학교 시기에 찾아왔던 사춘기가 지나 잠잠하던 둘째가 고1 하반기, 고2가 되면서 제2의 사춘기처럼 반항심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마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신생아 때부터 인구통계용으로 매년 진행되는 검사에서, 설문지에 엄마, 아빠에 대해 엄청 불만이 많은 것으로 체크를 했고 자신은 (부모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많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표시를 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남편도 저도 그 설문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솔직히 저는 너무도 억울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일부러 엄마, 아빠 보라고 극단적으로 체크를 한 것일까? 장난인가? 별의별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남편도 저도 어쨌든 아이 마음이 지금 그런 거니까 아이가 솔직하게 한 거겠지 싶어서 더는 뭐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첫째는 픽업해주고 간식 하나 챙겨주는 것도 감동하고 고맙다고 하는 아이이고 막내는 눈치와 센스가 있어서 집에서 거의 갈등이 없습니다.


근데 우리 둘째는 생각하는 방식도 저와 다르고 가끔 생각 없이 말하는 것들에 F인 저는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냥 별생각 없이 말하고 본인은 잊어버리는 것일 텐데 저는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걱정을 하는 타입이라 더더욱 상극인 것이지요.


제가 부모교육강사이기도 하지만, 정말 아이 속을 모를 때가 많습니다. 너무도 사랑하고 사실 목숨보다 아끼는 아이인데 말이지요. 이성적이고 감정기복 없는 남편조차 최근에는 둘째로 인해 정말 많이 화가 났습니다.


부모가 혼을 내면 아이가 듣고 나서 말을 하지 않고 이기고 싶은 마음으로 생각 없이 툭 내뱉는 말들로 인해, 더 혼나게 되는 악순환이 됩니다.


더 세게 말해서 자신이 이기고 싶어 하는 심리 같기도 합니다. 약을 올리는 듯한 느낌을 받거나 엄마를 만만하게 생각하고 무시하는 건가 싶은 생각까지 들어서 감정적으로 화도 나지만 억울하고 슬퍼지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불만을 이야기해 보라고 하니까, "엄마가 자신의 공부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다고 서운하다."라고 하는데, 막상 공부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하면 그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아이는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엄마가 화도 내고 혼을 내주면 좋겠다고 하는데, 막상 성적표는 보여주기 싫어합니다.


한편으론 이러한 과정도 배움이구나 싶습니다. 만약 세 아이 모두 너무 편하게 갈등 하나 없이, 쉽게 저 잘난 맛으로 키웠다면 부모교육강사로서 어땠을까 싶습니다.

강사들이 만나면 아이로 인해 힘들어보기도 하고 최선을 다해도 그것이 잘 되지 않는 순간을 경험해 봐야 그때부터 진짜 부모교육강사로 들어서게 된다고들 합니다.


무너진 부모의 심정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나와서 무슨 공감을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또 쉽게 다른 부모를 비난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제가 만난 존경하는 부모교육강사는 자녀로 인해 바닥을 친 경험을 하신 분이기도 합니다. 저도 둘째가 비록 집에서만 말을 안 듣는 아이이긴 하지만 나름의 힘겨움을 겪으며 키우고 있습니다.


저의 최선의 노력에도 아이는 그것을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고, 때론 나의 사랑의 방식이 아이에게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겸손을 배워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사랑을 잘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저에게도 무언가 잘못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집에선 한바탕이었는데, 가끔 학교에서 상점을 받았다는 문자를 받습니다. 친구를 도와주고 낙엽을 쓸고 정리를 잘한다고 하면서 말이지요. 아이 방을 보면 난리도 아니고 웃음이 나오지만 그래도 밖에서 잘 지내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학교 가기 싫다고 안 하고 잘 다니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구나 싶고요.


갑자기.. 학교에 간 둘째가 보고 싶어 집니다. 오면 맛난 거 해주고 더 잘해줘야겠습니다. 지금 귀가 간지러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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