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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에 Mar 03. 2024

이상형이 존재하다니…!!!!!

마침내 이상형을 만났다 1


회사 일을 하며 알게 된 클라이언트 중에 매우 인상적인 분이 계셨다. 나이가 지긋하시고 우아한 아우라가 돋보이는 분이셨다. 게다가 대화를 나눠볼수록 그분의 아름다운 성품이 느껴졌다.

닮고 싶은 어른이랄까?


어느 날 그분이 조심스레 내 나이를 물으셨다.

그리고는 말씀을 이어가셨다.


제 조카와 만나보지 않을래요?


클라이언트의 가족과 소개팅이라…..   

나를 좋게 봐주셔서 고마운 마음과 함께 부담스런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조카에 대해 짧은 소개를 해주셨다.

나보다 네 살 위인 그는 30대 초반에 IT 회사를 창업하여 지금까지 경영하고 있다고 했다.


둘이 잘 어울릴 거 같아요. ^^


아, 네에……

(부담이 되긴 했지만) 만나보겠다고 대답했다.

누군가를 만날 기회가 눈에 띄게 줄어든 이 시점에 존경하고 좋아하는 어른께서 조카를 소개해주신다니…  감사한 마음이 부담스러움을 넘어섰다.


그동안 주로 소개로 만나 연애를 해와서 소개팅 자체에는 거부감이 없다. 소위 말하는 ‘인만추’ 스타일이다.

글을 쓰다가 문득 그동안의 소개팅을 돌아보니, 친구나 회사 상사 등 가까운 사람들이 그들의 가족이나 친한 지인을 소개해 준 경우가 꽤 있었고, 한 사람이 여러 번 소개해준 경우도 있었다. (고마워요!)


평소에 누군가 소개팅을 주선해 주면 소개받을 대상에 대해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는 편이다.

만나기 전에 파악하는 정보들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걸 그동안의 소개팅에서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서 서로 호감이 생겨 적극적으로 알아가고 싶은 열망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것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번엔 클라이언트께서 조카를 소개해주시는 거라서 그분이 얘기해 주신 간략한 내용 외에 더 여쭤보기도 뭣했다...


나이, 직업(IT 회사 경영)

내가 받은 정보는 이게 다였다.

소개남의 이름도, 전화번호도 몰랐다.

클라이언트께서 나의 사진 한 개와 카카오톡 프로필필을 조카에게 보낸다고 하셨다.


00세 IT 회사 대표라….

‘아마 공대 너드(nerd)겠지?‘

배 나온 아재스타일 대표님‘이 그려졌다.

마음을 내려놓아야겠다…


며칠 후에 그 조카분에게서 카톡이 왔다.


안녕하세요?
김OO입니다.
OOO OO님 소개로 연락드려요.
S 과장님이시죠?



소개남이 이모로부터 받은 내 정보는 이러했다.

회사이름, S 과장님, 사진 1개


내 이름 대신 ‘S 과장님’으로 소개를 받으셨단다;;

나도 메시지를 받고서야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우린 서로 이름도 모른 채 소개받은 상황에 어색하게 웃었다.


바로 만날 약속을 잡았다.

그와의 카톡 대화는 아주 간결했다. 짧은 인사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약속 시간, 장소를 정하고 대화를 마쳤다.


그가 제안한 장소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어머 장소 고르시는 센스가 있으시네!‘


토요일 오후,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IT, 너드, 아재, 대표님’ 키워드로 연상된 이미지 때문인지 이 만남에 기대감이 들지 않았다.

마음을 내려놓아서일까?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 등 첫인상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외적인 부분에 공들이지 않았다.

예의를 지키되 편하게 만나고 오자 싶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동네에서 친구를 만날 때처럼 편한 차림으로 나갔다. 화이트 폴로셔츠에 밴딩 스커트를 입고 나일론 소재의 가벼운 가방을 들고 편안한 샌들을 신었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잘하지 못해서 중요한 일이 있을땐 살롱에 가서 전문가의 손길에 맡기는데, 그날은 헤어와 메이크업을 스스로 했다. 머리는 펌이 풀리는 시기라 좀 애매했고 메이크업은 평소처럼 한 듯 안 한 듯 했다.


그가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 있다고 했다.

나도 늦은 건 아니지만 빠른 걸음으로 2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공간이 좁아서 출입문을 열자마자 바로 왼편에 다용도 카운터가 있고 오른편 창가에는 입구부터 바로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다.


레스토랑의 입구로 들어서자 문 앞 맨 첫 번째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등을 지고 앉아 있는 그 남자의 뒷모습과 옆모습만 보였지만 언뜻 봐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짧은 순간 그 남자를 스캔하고 빠르게 판단했다.

‘설마 저 남자 아니겠지… 너무 깔끔하고 너드같지도 않잖아.’


뒤돌아서 카운터에 물었다.

“김OO 님으로 예약된 테이블이 어디죠?”


저기 계신데요.

레스토랑 직원이 가리킨 테이블에는 내가 처음에 범능적으로 스캔했던 그 남자가 앉아 있었다.

인사를 건네며 마침내 그와 마주했다.

그는 내가 상상했던,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너드가 아니었다…!


세상에… 내 이상형이자나!!!!!


엇, 이 남자 잘생겼다.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슬림하고 백면서생같이 하얗고 지적인 이미지에 뒤통수와 인중마저 잘생긴..

내 이상형이네!!!!!!!!!!


본능적으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짧은 인사를 마치고 의자에 앉으려는 순간 나는 의자 위치를 가늠하지 못해 넘어질 뻔했다;;;;;

이상형의 남자와 처음 만나는 순간에 몸개그라니

ㅜㅜ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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