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음 다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소 Apr 26. 2023

내가 경험한 글쓰기 치유 효과

마음 근육 키우기

 

 예전에 쓴 글에서 나는 노후에 글쓰기 치유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내 삶에서 글쓰기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인 셈이다.  물론 글쓰기를 하지 않았어도 어떻게든 살아가긴 했겠지만 지금보다는 조금 팍팍한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 싶다.

 

 나를 오래 봐온 사람들은 내가 글쓰기에 늘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안다. 아직 책 한 권 내지 않았으니 글을 써서 경제적 이득을 봤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를 정신적으로 지지해 주는 역할은 톡톡히 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곧잘 글쓰기를 권하곤 한다. 오늘은 내가 느낀 글쓰기의 치유 효과에 대해서 말해볼까 한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니 이건 오직 내 관점일 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는  억눌린 환경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그나마 내 편일 때가 많았지만 엄마는 늘 아들이 최우선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 말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항상 글로 답답한 마음을 다 풀어놓았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때는 엄마와의 대립이 더 심했다. 사사건건 내 말은 댕강 잘려 나갔고, 하루라도 빨리 집을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여자는 적당히 배워서 남자 잘 만나 시집만 잘 가면 된다”는 엄마의 말에 매번 나는 반기를 들었다.


 대학도 가지 말라는 엄마에게 분노했다. 엄마는 그쯤 대학 대신 군청에 취직을 하라고 했다. 지금이야 공무원 되기가 하늘에 별 따기지만 그때만 해도 시골 관공서는 그나마 들어가기가 어렵지 않았나 보다.


 아무튼 나는 입학금만 해주면 내가 벌어서 등록금을 마련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죽어도 대학을 가야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것만이 집을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후 나는 보란 듯이 도시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엄마로부터 벗어났다.

 

 지금은 엄마가 팔십을 바라보는 연세에 이빨 다 빠진 호랑이가 되었다. 어떨 땐 안쓰러울 만큼 약한 존재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엄마는 궁핍한 살림에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서슬이 퍼렇게 유독 나를 꾸짖어 댔다. 그 시절, 엄마와의 따뜻한 기억 하나 없으니, 여린 내 마음에 상처가 컸던 것 같다.

 

 내가 큰언니와 남동생처럼 순종적이었다면 안 그랬을까? 오빠와 작은언니처럼 남 눈치 보지 않고 배짱 좋게 행동했다면 내가 덜 아팠을까?  누군가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지만 나는 절대 10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스무 살 때부터는 그래도 내가 성인이니까 엄마에게 대항할 힘이 좀 있었다. 또 떨어져 살아서 부딪힐 일도 덜했고, 방학 때도  늘 아르바이트를 했기 때문에 엄마와 만나는 횟수도 뜸했다. 이 모든 내 삶의 여정에는 항상 글쓰기가 있었다. 속이 상해서 미칠 것 같으면 울면서 글을 썼다. 그럼 화가 좀 풀어지고, 누군가 다독여주는 것처럼 위로가 되었다.


 

 이처럼 글을 쓰는 것은 아픈 상처에 연고를 발라 주는 것처럼 생채기 난 마음을 치료해 주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희망적인 미래를 꿈꾸게도 한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다짐을 덧붙이곤 한다. 덕분에 꿈과 목표, 희망을 얻고 , 나 자신이 견고해지는 것을 느낀다.  희망은 누가 옆에서 풍선을 불듯이 불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고 채워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글을 쓰면서 나는 지나온 내 삶에서 좋았던 기억, 버리고 싶은 기억을 마주했다. 그 과정을 통해 나의 내면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깨달았다.

 

 글을 꼭 잘 쓰지 않아도 된다. 나처럼 누군가에게 털어놓듯 그냥 막 써 내려가면 된다. 그러면 어느새 내가 이만큼 성장해 있구나 느낄 것이다. 살다 보면  좋든 싫든 수많은 사건, 사고에 직면한다. 나 또한 그랬고, 앞으로 내게 또 어떤 일들이 다가올까 예측하지 못해 불안하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탄탄한 마음 근육을 키우다 보면 조금 덜 힘들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떤 쓰나미에도 쓸려가지 않을 탄탄한 배 한 척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연유로 나는 오늘도 노트북을 펼친다.


*2021년 3월 21일에 쓴 글이네요. 지금은 작년에 동시집 <고래가 살지 않는 집>을 출간했습니다.


#글쓰기

#글쓰기치유

#마음근육키우기

매거진의 이전글 믿을 수 없다. 그녀가 제라늄 여왕인 사실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