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라트 아메다바드 공항에 도착하면 당신을 처음 맞이하는 것은 아마도 'Adani' 로고 일 것이다. 20년 11월 아다니는 정부로 부터 아메다바드 공항 운영권을 인수하여 공항을 전면적으로 리모델링 하였고, 공항을 아다니의 컬러로 개편하고 혁신적인 운영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공항 개선 작업은 24년 8월 현재도 진행 중이다. 다시 공항에서 북쪽으로 약 20분간 달리면 Shantigram이라는 이름의 신도시급 주거촌이 있다. 아다니가 운영하는 거대하고 독립적인 Community로 아다니 본사 및 계열사가 위치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골프장, 리조트, 수영장, 고급 아파트 단지가 즐비하고, 직원을 위한 아파트도 운영하고 있어 아다니 타운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지역이다.
* Shantigram은 회장인 고땀의 어머니 이름을 따서 만든 힌디어 제목으로 "평화로운 마을" 이라는 뜻
아다니의 회장인 고땀 아다니는 Jain (자이나교)으로 이곳 아메다바드 출신이다. 그의 구자라트와 아메다바드에 대한 관심은 특별하다. 그러다 보니, 아메다바드에는 주변에서 Adani 회사 로고를 정말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때로는 이곳이 아메다바드가 아니고 아다니 시티인가 하고 착각할 정도이다. 그렇다고 아다니를 인도 구자라트의 향토 기업정도로만 본다면 큰 착각이다.
인도하면 떠오르는 기업은 타타, 릴라이언스, 마힌드라, 비를라, 인포시스 등 전통적이고 거대한 기업들 위주이고, 사실 아다니는 한국 대중들에게 생소한 회사다. 회사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1년 4월 기준 그룹 시가총액이 1,000억불을 돌파하며, 인도를 대표하는 기업 반열에 올랐다. 시가총액 1,000억불(약 11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인도 시장에서 타타, HDFC, 릴라이언스에 이은 4번째 기록이다. 이후 광적인 주가 상승에 힘입어 고땀 회장은 '21년 11월에 아시아 최고 부자로 등극되기도 하였다. 지금은 주식 등락으로 순위가 바뀌었지만, 수년간 아시아 최고 부자였던 릴라이언스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을 제친 사건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언론에 보도 되었다.
아다니 그룹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고탐 아다니는 1962년생으로 전형적인 1세대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인도에 현재 가장 큰 재벌의 경영자들은 대부분은 부친이나 선대가 이루어 놓은 회사를 확장 발전시켜왔지만, 고땀 회장은 1988년 Adani Export (現. Adani Enterprise)를 시작하면서 거대한 그룹의 규모로 발전시켰다. 그의 두 아들인 Karan과 Jeet는 계열사의 사장을 포함한 핵심 요직을 맡고 있다.
고땀은 인도 구자라트 아메다바드에서 태어나서 섬유가공 판매업을 하는 아버지를 보며 사업가의 기질을 키워왔다고 한다. 공부보다 직접 시장에 가서 뛰어보고 싶었던 고땀은 구자라트 대학교 2년차에 학교를 중퇴하고 뭄바이로 날아가 다이아몬드 사업을 배운다. 이때 다이아몬드 가공, 판매 등에 대해 3년간 익히고 다이아몬드 중개업도 시작했다. 이후 형의 부름으로 어쩔 수 없이 다시 아메다바드로 돌아왔고, 당시 꽤 장사가 잘 되던 PVC 무역업을 도왔다. 1988년 드디어 본인의 사업인 Adani Export 를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인도가 경제 성장을 위해 꿈틀되던 1995년 고땀에게 첫번째 기회가 찾아온다. 구자라트는 해안가를 끼고 있는 지역으로 무역업이 활발하였는데, 인도에는 선진화된 항구가 없었다. 주정부는 서북부 최대 항구인 Mundra Port의 선진화를 위해 민간 회사에게 운영권 매각을 실시 하였는데, 이때 고땀이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
문드라 포트는 현재 1억 4천만톤의 물동량을 자랑하는 인도 최대의 민간 항구이다. 이후 그룹은 Adani Power, Adani Green Energy, Adani Transmission, Adani Gas 등 거대한 인프라 산업 중심으로 성장을 하였다. 현재 아다니가 운영권을 보유한 공항만 하더라도 뭄바이, 아메다바드를 포함하여 7개의 공항에 달한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광산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왔다. 특히 최근에는 인프라 산업의 쌀과 같은 시멘트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ACC와 Ambuja Cement 등 2개 시멘트 회사를 한번에 인수하기도 하였다. 아다니는 단숨에 인도에서 두번째로 큰 시멘트 제조사가 되었다.
아다니그룹과 인도 총리인 모디와의 관계는 빠지지 않고 회자된다. 인도 야당들의 주요 저격 포인트이기도 하다. 40년도 안된 이 그룹이 인도 최대 재벌이 된 것에는 모디의 구자라트 주총리 시절부터 현재 중앙정부 까지 아다니에 대한 부정한 지원이 막대했다는 것이다. 모디가 2004년 선거 당시 캠페인을 위해 아다니 전용 제트 비행기를 타고 전국을 다녔던 점이나, 해외 순방길에 언제나 고땀 아다니가 함께 하였고 그때마다 아다니는 수십억불의 사업을 따내었다는 부분들은 반대 진영이 충분히 공격하기 좋은 요소이다. 사실 그런 뒷 배경 없이는 이렇게 성장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의 지원으로 급성장하고, 문어발식 확장을 했다라고 평가를 받는 회사들이 있었다. 아다니를 접한 한국인들은 대부분 우리가 경험한 과거 거의 그런 회사들과 비슷하다라고 자평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아메다바드에서 근무하며 매달 2~3번은 꼭 아다니 본사에 출입했었다. 처음 아다니 본사 건물인 ACH (Adani Coperate House)에 방문했을 때 인도에서 보기 어려운 웅장한 건물과 멋진 인테리어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아다니에 친환경 에너지 관련 재료를 공급하고 조언도 해주었던, 우리 회사로는 가장 크고 중요한 고객사였다.
아다니는 Adani Green Energy (이하 AGEL) 를 통하여 인도 친환경 에너지 측면에서 역사를 쓰고 있다. AGEL은 세계 최대 규모인 구자라트 Khavda Renewable Energy Project에서 2030년까지 총 30기가 규모 전력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장 빠른 기간인 10개월 만에 2기가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가동시켰다. 이를 위해서는 약 240만개의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야하는데, 1년이 되기 전에 완료한 부분은 상당히 빠른 속도라고 평가 받고 있다. 이를 통해 AGEL은 인도 최초로 재생에너지 운영 총량 10기가를 처음으로 초과하는 인도 최대 규모 회사로 기록되었다.
사실 아다니와 일하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엄청난 압박으로 밀려 오는 가격 협상, 수 많은 요구 조건, 인도 회사 답지 않은 까다로운 품질 수준 요구들은 나로 하여금 언제라도 거래를 그만 두고 싶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다니는 구자라트를 넘어 이제 인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때로는 그들과 거래하는 것 만으로도 다른 고객사에게 우리의 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었다. 인도를 떠나기 전 마지막 날에도 후임자에게 아다니에 있는 파트너들을 소개 시켜주며 그들과 작별인사를 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항상 아다니의 일원이라는 자부심 보이 그들 모습에서 마지막까지도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