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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 Passione Oct 27. 2024

사람살이의 울림, '나의 아저씨' 대본집

나의 아저씨 대본집을 읽으며...

  2018년 봄, 대한민국의 아저씨들을 TV 앞으로 모이게 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

겨우내 연수를 받고 진로 과목으로 다시 시작하는 학기 초라 드라마를 볼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우울한 내용인 것 같아 지나치면서도 눈여겨보지 않았었다. 

  TV 앞에 경건히 앉아있는 남편을 보며 '무슨 내용이길래 그렇게 열심히 보나' 싶어 같이 보기 시작한 것은 아마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섰을 때였던 것 같다. 극 중 인물인 정희가 운영하는 술집에 이제는 중년이 된 친구들이 모여 왁자하게 떠들며 울고 웃는 모습을 보면서부터 그냥 그렇게 끝까지 드라마를 챙겨 보게 되었다. 작위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가득 채운 '팔아먹기 좋은 이야기'도,  주인공이 극적인 성공을 통해 화려한 삶을 살지도 않는다.  그저 나와 우리가 사는 모습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내면서 잊고 있었던 혹은 외면하고 있었던 '마땅히 그렇게 살아야 할 모습'들을 그려내던 '나의 아저씨' 

 중년 남성들은 그네들의 아픈 곳, 섭섭한 마음을 짚어주어 좋아한다고 했는데 나는 '어른다운 어른들'과  '해야 할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 '사람다운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기주의보다는 개인주의가 낫다고는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자율적 개인'으로서의 개인주의가 아닌 남한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되는 '자기 고립의 개인주의'로 물들어가는 것 같다. 공감과 소통마저 돈벌이의 요소가 되어버린 세상... '나의 아저씨' 극 중 인물들은 기수 잃은 경주마처럼 결승점도 모르고 달음질치는 이들에게 망설임 없이 쓴소리를 날리며 '사람이 돼라'라고 한다. 돌봐야 할 이가 있으면 힘을 모아 돕고 가르쳐야 할 이가 있으면 기꺼이 가르치고 용서해야 할 이가 있으면 마음을 다해 품는다. 사람이라면 저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주던 드라마였는데 이제 그 내용을 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드라마의 내용이 종종 생각날 때, 다시 보기를 할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당시의 감정이 그대로 살아날까도 싶고  뭔가 아련한 추억처럼 느끼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굳이 VOD 메뉴를 찾지 않았었는데 글로, 대본집으로 본다면 처음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도 않으면서 나만의 속도로 깊이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냉큼 주문을 했다.  

두 권의 대본집을 품고 있는 하드커버

 

1권은 8화까지, 2권은 마지막화까지의 대본으로 엮었다

 중간중간 드라마의 장면을 재연한 그림들이 삽입되어 있고 작가와 배우들의 인터뷰, 각각의 에피소드를 대표할 수 있는 장면 사진, 마음을 울렸던 대사들까지... 

 나의 아저씨'를 사랑했던 이라면 꼭 대본집으로 지안을 다시 만나보길 바란다. 후계동 사람들과 엉켜 울고 웃었던 2018년 봄의 추억을 한층 더 깊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나의아저씨 #나의아저씨대본집 #편안함에이르렀나 #지안 #초판에디션 #책일기#책읽기 #별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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