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지우아빠 Dec 19. 2022

11. Series B 투자유치를 받기까지

투자유치 시점에서 기관과의 신뢰는 별개, 그리고 대안... 대안....

회사일이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오랜만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도 힘든 일이 많긴 하지만 아직 살아있다. 사실 큰 딸이 아빠 블로그 글을 호시탐탐 훔쳐보다가 고마운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고, 그러다보니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밀린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나온 김에, 아이 둘을 키우다보면 언제나 서로 툭탁툭탁 싸우거나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어려서 그렇긴 하지만 대개 자기 얘기만을 하게 되고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으려고 한다. 참다못한 내가 식사 자리에서 몇가지 학교에서의 생활 요령이나 예절을 말할 때도 있는데 그 중 첫번째는 친구의 말을 일단 다 들어주고, 그 얘기가 끝나면 자기 얘기를 꺼내라는 것이었다. 그래봤자 "지금 나는 누구한테 얘기하고 있는 거지?"라는 식으로 각자 떠들어대는 경우가 더 많지만 말이다. 두번째는 학교생활에서 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었다. 정말 싫은 친구라도 극단적인 단계까지 가지 말고 그냥 어울리지 않는 정도로만 끝내라는 것이었는데 이 부분은 의외로 아이들이 잘 지켜나가지만 가끔 배신감을 느끼는 일도 생기게 마련이라 절친을 뺏고 뺏기는 등 흥미진진한 음모와 모략에 대해 얘기를 듣곤 했다. 


<업계에서의 행동, 평판, 배신>


업계에서의 상황도 별다르진 않다. 라이센싱 등 사업협의를 하거나, 투자유치 협의를 하거나 언제나 예상대로만 되는 법은 없고, 외부 환경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그리고 제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다가도 마지막에 서명하는 단계 직전에 결렬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실 Series B 투자유치에 대한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이 단계까지 진행한 바이오벤처라면 이 블로그를 이제부터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미 기관으로부터 투자유치를 2번 받는다는 것은 연구개발과 사업 진도가 충분히 이루어졌을 때이고 자신만의 경영 방식도 이미 확립되었을테니 말이다. 다만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도 있고, 이런 케이스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알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글을 정리해본다.


우리 회사를 설립할 때 설립자본금과는 별개로 엔젤투자자들로부터 꽤 큰 규모의 투자유치를 받았었고, 그 중에는 소개받은 자산가도 섞여 있었다. 당시에는 그 규모 때문에라도 투자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고, 엔젤투자자의 특성상 오랜 기간동안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자산가로부터 자금을 받는다는 것의 단점은 향후 회사가치가 올랐을때 언제라도 수익실현을 위해 큰 규모의 주식을 처분하고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걸 탓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한창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그런 일이 벌어지면 생각지도 못한 교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의 경우에도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서 기관투자자 A와 협의하면서 IR도 진행하고 투자를 받을 셈이었다. 물론 다른 기관투자자들과도 동일한 조건으로 진행하면서 말이다. 문제는 이 기관투자자 A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신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대신 조금 더 싼 가격으로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 회사의 기존 자산가 주주로부터 큰 규모의 주식(구주)를 매입하기로 했던 것이고, 매매 계약의 조건에 현재 유상증자에서 결정되는 가격의 일정 %를 할인해서 매매한다는 것이 포함되었다. 당연히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이 매매 계약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기관투자자 A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되는 구조에 반발하면서 결국 최종 협상에서는 회사가치를 많이 낮추게 되었던 것이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회사 입장에서 기관투자자 A, 그리고 다른 기관투자자들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올렸던 글과 같이 기관투자자의 경우 투자를 집행하고 난 후에는 회사에 항상 도움을 주고받으며, 누구보다 회사의 가치가 커지기를 바라는 동반자 관계이다. 그러나 다음 라운드의 투자유치가 진행될 때, 그리고 follow-on 투자, 즉 추가로 투자를 집행하는 단계에서는 누구보다 회사의 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하려 하고, 어떤 성과 마일스톤을 달성했는지, 이번 투자를 통해 향후 큰 수익실현이 가능할지를 냉정하게 보고 결정한다는 것이다. 회사가 많이 실수하는 것은 기존 시리즈에 투자했던 기관투자자가 다음 시리즈에서도 되도록이면 회사에 우호적으로, 긍정적으로 대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이다. 주주로 이미 참여하고 있더라도 기관투자자는 여전히 수익을 추구하는 타인일 뿐이며, 투자했던 회사의 성과, 향후 성장성, 그리고 코스닥과 코스피 지수로 대변되는 경기의 상승/하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버리는 셈 치고 지갑을 닫은 채 더 이상 투자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기관투자자의 Follow on Investment>


그럼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의 경우에는 기존 시리즈 투자유치를 하면서 약속했던 회사의 연구개발, 사업화 성과에 대한 마일스톤을 철저하게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대안을 치밀하게 준비해서 설득시키려고 했다. 급박한 상황이 닥쳤을 때에야 그런 설득이나 communication을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평상시 기관주주간담회나 주기적인 투자기관 방문 등을 통해 긴밀한 관계 형성을 병행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이번 투자에 참여하겠다고 긍정적으로 말하는 기관투자자가 있다 하더라도, 최종 투자심사 절차에서 통과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에 항상 목표했던 금액을 넘겨서 오버부킹되는 한이 있더라도 더 많은 기관투자자를 접촉하고 모으는 것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경기의 상승/하락에 대해 민감하게 먼저 인지하면서 필요하다면 회사가치를 과감하게 낮춰서라도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회사가 생존하고 발전해나가기 위해서 경영자가 해야 할 1순위 업무는 투자유치이며, 이를 위해 경영자는 뒷짐을 지고 CFO에게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같이 발로 뛰고 문제를 직접 해결해 나가기를 당부드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10. 기관투자자와의 관계를 정립하기까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