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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지우아빠 Dec 22. 2022

13. 경영 파트너를 만나기까지

COO가 우선일까, CTO가 우선일까...

우리 온가족의 TV 애청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보다보면 항상 나오는 대화의 주제가 이상형이었다. 초등학생 딸에게 저 남자 출연자는 어때 보이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아내가 질색을 하는 유형에 대해서는 왜 그런지 캐묻기도 한다. 그러고보면 아내에게 있어서 내가 이상형이었냐고, 인생의 파트너로서 사귈만한 사람을 고르는 기준 같은게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대답이 꽤 흥미로웠다. 일단 "과락"이라는 개념이 존재했다. 얼굴,  입술의 두께, 키, 몸매, 성격, 능력, 유머감각, 흡연 여부 등 다채로운 기준이 존재하고 그 각각의 기준에서 하나라도 미달되면 탈락하는 셈이다. 물론 모든 기준들이 너무 상향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적정한 수준에만 도달하면 된다는 터무니 없이 주관적인 단서를 달긴 했지만 말이다. 과락이 없는 상태로 1차를 통과하고 나면, 2차에서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것은 상대방의 "능력"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소개팅을 하거나 하면 식사를 하고 나서 본인이 항상 보드게임방에 가고 싶다고 해서 상대방과 보드게임을 해보고, 이 사람이 실력이 없다 싶으면 애프터는 없는 식이었다. 다행이 필자의 입술은 그다지 두껍지 않았고, 회사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업무에 대한 필자의 소화 능력을 보면서 그 "능력"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했다고 하니 보드게임방에 가서 밑천을 드러내지 않은게 천만다행이었다.


<주사위 6 나오면 사귈 수 있음>


먼저 회사를 창업한 덕분에 주변 교수님이나 친분이 있는 분들이 창업을 준비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초기 경영진에 구성할 파트너를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가 대다수였다. 이미 지인에게 들은 조언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투자유치에 대비해서 CFO를 구하려는 분도 있었고, 경영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좋은 CEO를 소개받고 싶어하는 분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 필자는 무작정 그런 분을 소개해주기에 앞서 예비창업자 본인이 자신있어하는 역량을 파악하고 싶어 부지런히 질문 세례를 던지게 된다. 그러고 나면 은근히 예비창업자 분들이 핵심적인 역할 대부분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팔방미인을 얻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관련성 있는 커리어로는 BD(사업개발), CEO, COO(경영)를 들 수 있으며, 예상들 하시겠지만 아직까지는 일천한 국내 제약, 바이오 산업계에서 그런 인력의 배출은 여전히 어렵고 현재 보유한 자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오히려 해외로 눈을 돌려 그런 인력을 유입시키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회사의 경우, 창업 초기단계에는 규모도 작고, 연구개발이나 사업의 복잡성도 덜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경영 파트너(임원진)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지는 않았으며, 투자유치나 사업개발 등 역할의 상당부분을 필자가 직접 처리하는 방식으로 임원진을 슬림하게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초기 투자유치의 경우 CFO를 영입하는 것보다는 이미 투자를 받아본 대표이사들의 소개를 받거나, 기관투자자 한군데와 논의하면서 네트워크가 있는 다른 기관투자자로 확장하는 식이다. 연구개발의 경우 그래도 이른 시기에 연구소장을 영입한 편이었지만 그 전까지는 자문교수의 실험실 인프라와 연구진 도움을 받으며 꾸려나갔고, 사업개발의 경우 한국바이오협회, 보건산업진흥원, 서울바이오허브 등 기관의 도움을 받거나 인터비즈 바이오파트너링 등 기술거래의 장을 활용하여 국내외 제약사와 만나보는 것도 방법이었다. 


다만 회사의 규모와 경영의 복잡성이 커질수록 문제는 달라졌다. 전문성 있는 경영 파트너의 확보가 필수적인데, 예를 들어 본격적으로 파이프라인의 개발이 진행되면서 Toxicology, CMC, Clinical Trial 등 특수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해졌고 필요하다면 임원급으로 대우하며 모셔왔고, 경영지원 분야도 HR 이슈나 IPO 준비 등을 거치면서 팀장 체제로는 소화하기 힘든 상황에서 전문가의 영입이 절실해지게 되면서 임원급의 경영 파트너를 확보하는데 노력을 쏟게 되었다.


<경영 파트너로부터 원하는 것>


절대적인 원칙은 없지만, 경험해보면서 현실적으로 대표이사를 보완해줄 수 있는 경영 파트너를 우선 급하게 1명만 채용해야 한다고 하면 크게 2부류로 나눠진다고 생각한다.


첫째, 연구자나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벤처의 경우 일반적으로 경영, 투자유치, 사업개발 등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당연히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COO급의 임원을 창업 전후에 상관없이 확보해야 하며, 원하는 스펙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더라도 관련성 있는 BD, 투자(벤처캐피털 출신) 전문가를 대신 활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대신 연구소장이나 CTO를 급하게 채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결국 연구개발의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상당량의 짐을 여전히 대표이사가 짊어지고 갈 것이 뻔하고, 연구소장이나 CTO가 그런 짐을 덜어주지 못하면서 대표이사가 연구개발 & 경영의 이중고에 허덕이는 상황을 많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경영 파트너를 확보했다면 대표이사는 이후에 어떻게 하면 될까? 관련된 일을 전적으로 맡기고 최종 의사결정권까지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대표이사 본인이 관련된 용어를 익히고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며,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직접"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야만 한다. 


둘째, 연구자가 아닌 경영 관련자가 창업한 바이오벤처의 경우 당연히 CTO 혹은 연구소장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일단 연구의 헤드가 확보되면 그들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통해 어느정도 검증된 연구조직이 쉽게 구성될 수 있고, 연구개발도 뜬구름 잡는 학술적인 연구가 아니라 실제 신약을 개발하는 구체적인 연구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경영 파트너를 확보했다면 대표이사는 이후에 어떻게 하면 될까? 실제 신약 연구개발의 과정을 직접 수행해보지 않았더라도 주간회의 등을 통해 연구개발이 진행되는 세세한 사항을 매주 보고받으면서 익숙하지 않은 용어와 이슈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파이프라인의 발굴, 투자, 외부 연구기관과의 네트워킹, 중단 결정 등에 항상 참여하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훈련을 거듭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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