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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지우아빠 Aug 22. 2023

15. Series C 투자유치를 받기까지

연구개발의 지속과 자존심, 그 사이 어딘가의 기업가치... 

글을 올릴 경황이 없어 오랜만에 주제를 잡아 써내려가긴 하지만, 다행이 회사는 아직 건재하다. 주변 바이오 벤처 대표님들이 투자기관 소개를 부탁하시거나 투자를 받기 위해 보완할 사항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하면서 애를 먹고 있는 것을 보자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앞일이 더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아뭏든 필자가 앞서 설명했듯이 지금 아내와의 "사귀기 2개년 계획"을 정립하고 다행이 사귀는데 성공한 이후에도 난관은 기다리고 있었다(4.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까지).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처음으로 처가의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고 식탁에 앉은 날이었다. 건너편에는 장인, 장모님, 그리고 처제가 될 동생, 옆에는 여자친구. 장인은 월남전에 참전해서 훈장까지 받으시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분이셨고 이미 나를 월맹군으로 간주하는 눈빛으로 조준하시다가 "밥먹자..." 한마디만 던지시고는 아무 말이 없으셨다. 왠만해서는 긴장하지 않는 성격의 나였지만 숨막히는 분위기 속에 국을 떠 먹으려고 숟가락을 담궜다가 달그락 달그락 국그릇에 숟가락이 부딪치는 소리에 놀라 내 손목을 붙들고 옆을 보니, 여자친구의 비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길에 장인이 추가로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서 처제를 통해 내일 전달하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다음날 처제가 내민 쪽지에는 현재 재산 상태, 보증을 섰는지 여부, 결혼 후 아내에 대한 마음가짐, 건강검진 1부 첨부 등등 20여가지의 질문사항이 있었고, 나는 3일에 걸쳐 자필로 정성껏 작성하고 건강검진 사본도 첨부해서 제출한 끝에 드디어 결혼 허락을 받게 되었다.


<전쟁 같은 결혼 허락>

필자는 아직까지 본가 아버지, 어머니에게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고 있다. 아마 아들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부모님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Series C 투자유치를 1년 6개월 정도 진행하고 드디어 마무리한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후회스러운 점이 많이 있다.


첫째, 타이밍의 문제였다. 이미 투자 분위기가 점점 가라앉는 징조가 보이는 상황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속전속결로 진행했더라면 빠른 시간 내에 투자유치를 마무리짓고 본업에 충실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결국 경영자로서 거시적 경제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예측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민감성을 키우는 것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기존 투자기관과의 더 끈끈한 유대와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했다는 점이었다. 물론 경영자가 회사의 연구개발과 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본업이지만, 투자유치를 한 이후라도 좀더 밀착해서 자주 방문하고 사업적인 관계가 아닌 인간적인 관계를 강화하면서 투자유치 시기에만 반짝 교류하는 것을 지양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것으로 투자유치의 목적이 경영자의 기업가치에 대한 자존심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정당하게 회사를 키우고 그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지만, 거시적 환경 때문이든 회사에 대한 미시적 평가이든 투자기관과의 가치평가에 괴리가 있다면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과감하게 의사결정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6개월 동안 계속 기업가치를 협상하면서 단계적으로 낮추다 보니 그 사이에 투자여건은 계속 악화가 되었고 결국 기업가치에 대한 불이익을 감수하고 최종 결정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적시에 투자유치를 받아야만 연구개발이 지속되고 회사가 생존하면서 그 가치를 높일 기회가 생긴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으며,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연구개발의 지속 - 최우선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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