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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에 관한 사회적 환상들 2

다른 모습의 삶은 비극적이라는 환상 2

연구참여자는 장애인에게 부여되는 낙인과 고정관념으로 인해 생겨나는 여러 가지 차별을 경험 하고 살아왔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차이로 인해 외모가 비하되는 경험을 자주 겪었는데, 거의 모 든 경우에 사람들은 그것이 언어폭력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수현은 그러한 모욕적인 말들을 일부러 자신에게 했던 사람들도 존재했다고 기억한다. 그런데도 그녀의 부모가 가진 사회적 지위로 인해 다른 장애인들보다는 다양한 폭력에 덜 노출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수현의 내러티브에서는 자신의 부모 덕분에 주위 선생님들이 잘 대해 주었다는 묘사 가 눈에 띄게 자주 등장한다. 이것은 상류층 엘리트 가정에서 자라난 김수현의 내러티브에서 장애 인의 사회적 지위와 그/그녀를 대하는 비장애인의 태도가 상호작용하고 있음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는 지점이다(Ingstad & Whyte, 2007).


김수현은 아픈 자신은 당연히 예쁘게 하고 다닐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 너무 멋을 부리거나 예쁘게 하고 다니는 것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김수현이 장애인 여성에게 부여되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요구에 일정 부분 부응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엄마는 부잣집 첫째 딸로 태어나서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엄마가 꿈꾸던 대로, 할머 니처럼 교수와 결혼하여 사모님이 되었다. 그래서 경제활동 같은 것은 해본 적이 없 고, 사람들에게 마음 상하는 말 따위는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엄마는 자격지심 같은 것이 없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없었다. 엄마는 항상 웃고 다니고, 배려심 깊고, 착한 사람이어서, 친구도 많고, 모든 사람이 엄마를 좋아했다. 엄마 인생에 나 이외에 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엄마는 아팠던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이렇게 작은 내가 학회 활동도 잘하고, 대학 교에서 강의도 하게 되면서 나보다 더 행복해했다. 내가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엄마는 나를 정말 대견스러워했다. 미국에서 대학원 졸업식이 끝나고, 한국에 오기 전에 친구 들을 집에 모두 초대해서 식사하는데, 친구들이 나에게 너의 엄마가 네가 박사가 되어 서 너무 자랑스러워하시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아빠는, 아빠가 박사가 되었을 때보다 백배는 더 좋다고 하셨고, 엄마는 기쁜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숨기지 못할 정 도였다.


한국에 돌아와서 어느 날 가족 모임이 끝나고 나서, 엄마는 내가 잘 모르는 어느 친 척 할머니 한 분을 상기시키면서. 그 할머니가 나 어릴 적에 엄마에게 ‘그래도 밝네’라 는 말을 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때 나는 엄청나게 흉한 보조기를 하고 다녔다. 그 할머 니의 말은 딸이 못생기고 이상하게 하고 다니는데도, 신기하게도 엄마가 웃고 다닌다 는 뜻이었다. 그런데 엄마는 그 말을 듣고 마음 상하지 않았다고, 결국에 내가 누구보 다 멋진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 말을 평생 마음에 담 고 살았던 엄마가 괜찮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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