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Work Work

by 엘라

직장에 다닐 때 으레 들었던 생각은 '아, 회사 때려치우고 놀고 싶다...'였다. 나와 결이 다른 사람들, 어수선한 근무 환경 속에 나는 적응을 하지 못했고 극심한 스트레스는 나를 좀먹어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그 시기, 팬데믹이 시작되었고 나는 자의 반 타의 반 해방될 수 있었다. 처음 한 달 간은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고 그리고 반년이 넘어서도 세상은 아름다워 보였다. 그렇다. 나는 백수가 체질인 것이었다. 친구에게 우스갯소리로 나는 전생에 선비였음이 틀림없다고, 책을 읽고 풍류를 즐기며 니나노 하는 이 삶이 너무 행복하다고 과장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고 나는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경제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개인의 욕구를 실현시키기 위해 돈은 꼭 필요한 존재였음을 망각한 공상가는 좌절하고야 말았다. 다행히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어찌 저찌 안빈낙도의 삶을 이어가던 찰나 나는 이전보다 더 큰 문제에 직면하고 말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목표를 잃고 무기력해졌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목표를 잃으니 방향을 알지 못하고 방향을 알지 못하니 의욕을 상실하게 된 것이었다. 손짓 한 번에 새로운 콘텐츠를 읽어 들이는 SNS 속에 갇혀 전혀 기억에 남지 못하는 fast-콘텐츠로 시간을 죽이고 나의 무기력감을 잊으려 했다. 그러나 액정의 불빛이 꺼질 때면 시간을 낭비했다는 자괴감과 존재의 무력함에 나는 괴로워했다. 일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 생활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가치관의 실현, 그리고 더 나아가 존재의 성취감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모두가 상식인 것 마냥 떠들어대던 노동의 가치를 그제야 터득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