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디터 Apr 16. 2024

아무 스펙도 없지만, 콘텐츠 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콘텐츠 회사 취업 경험담

대학교 졸업과 군입대를 동시에 앞둔 마지막 학기, 서점에 들렀습니다. 책을 보러 갔다기보다 새 책 냄새를 맡거나, 책들이 차분히 누워있는 매대 사이를 거닐며 여유를 즐기고 싶어서요. 


그러다 잡지 하나를 무심코 펼쳐보았는데, 매거진 에디터의 생애 첫 왁싱 후기 기사가 펼쳐졌는데, 우스꽝스럽지만 저급하지 않았고, 남다른 문체와 창의적인 비유가 오히려 고급 평론가의 글이라는 느낌까지 드는 글이었습니다.


"나도 이런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내가 직접 기획하고, 재미있게 포장하고, '이 글의 주인은 나다'라고 제목 밑에 내 이름이 인쇄되어 서점 매대에 걸린다는 생각을 하니, 몹시 흥분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그 흔한 블로그 하나 없는 걸, 남들 다하는 SNS도 안 하는데..." 


여차저차 운 좋게도, 군전역 후 한 달 뒤에 그 잡지사에 취업할 수 있었고, 서점 매대에서 내 기사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때의 경험을 살려 다른 회사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허황된 것만 같았던 바람이 실제로 이루어지기까지, 그때 알았던 것들과, 알았으면 더 좋았을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스펙, 경험이 없어도 기록을 하자

면접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선, 일단 서류에서 합격해야 할 텐데, 서류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다른 스펙보다도 '기록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창한 포트폴리오가 아니더라도 내가 편한 플랫폼에서  글, 사진, 영상 등 어떤 형태로든 꾸준히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그러한 기록들이 '나는 나의 취향을 남들에게 부끄럼없이 나타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대변해 줄 것이고, 그것은 콘텐츠 기획자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글쓰기 어플에서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그 어플은 하루에 한 가지 '화두'(주제어)를 제시해 주고 그 화두로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어플이었습니다. 많이 부족해보일 수도 있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나만의 산물을 꾸준히 생성하고 있었다는 점이 유효했다고 합니다. 


2. 면접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

콘텐츠 기획자 면접에서 여러 질문들이 나오겠지만, 이러한 질문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00님은 좋은 콘텐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내가 생각하는 '콘텐츠'는 과연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어야 하고, 무엇이 좋은 콘텐츠인지 구분할 수 있는 자기만의 기준이 있다면 거의 모든 질문에 유연하게 답변할 수 있습니다. 


나의 기록 혹은 포트폴리오(대학교 과제 / 활동 / SNS) 등을 통해 내가 내린 콘텐츠의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정의 안에서 내가 만든 콘텐츠가 왜 좋은 콘텐츠인지 설명하여 차별성을 어필할 수 있습니다.


3. 그 외 플러스 요인 '협업 가능한 툴'

콘텐츠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기술들로 포토샵 / 일러스트, 프리미어, 애프터이펙트 등등 너무나 다양한 툴들이 있죠? 하지만 이런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디자이너, 영상편집자가 목표라면 해당 스킬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겠지만, 첫 발을 내딛는 콘텐츠 기획자는 그러한 전문가와 커뮤니케이션 / 협업할 수 있을 정도의 스킬만 보유해도 충분합니다. 다룰 수 있는 것이 많을수록 협업이 용이하고, 기획자로서 중간자 역할을 하기 수월해질 것입니다.


1만 시간의 법칙? 100시간의 법칙!


1만 시간을 쏟으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말 다들 들어보셨죠? 그만큼은 아니지만 각각의 기술에 100시간 정도씩만 투자하면 신입 콘텐츠 기획자에게 필요한 직무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100시간은 실제로 해당 스킬을 활용하여 제작물을 만드는데 사용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시작을 망설이지 마시고 100시간만 채운다는 생각으로 해당 기술을 사용해보세요!


저는 사실 처음 잡지사에 취직할 때 다른 스킬 역량이 매우 부족했습니다.(지금도 노력 중이에요...) 그런데 다른 동기들이나 선배들을 보면 모두 이러한 넓고 얕은 기술 역량을 지니고 있었고, 실제 업무를 하는데 그 사소한 차이가 매우 큰 업무 스펙트럼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정리

1. 어떤 형태로든 꾸준히 기록할 것

2. 콘텐츠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세울 것

3. 넓고 얕은 기술을 연마할 것


글을 적다 보니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너무나 많네요. 

초보 콘텐츠 기획자로서 제가 느낀 것들을 앞으로도 차근차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미약해 보일 수 있지만, 일주일에 1개, 한 달에 2개 차츰 쌓아가다 보면 무시할 수 없는 큰 자산이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저의 경험담이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