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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Nov 23. 2023

광장, 밀실 그리고 길


1. 오늘의 문장




2. 따라 쓰기


인간은 광장으로 나서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러면서도 밀실로 물러서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동물이다. 광장으로 나서는 길은 무수히 많다. 길은 다양한 골목으로 되어 있고 그가 온 것처럼 갖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길이 옳다는 소리는 가당치 않다. 각자의 노정이므로 문제가 될 게 없다. 다만, 그 길을 얼마나 열심히 보고 얼마나 열심히 사랑했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3. 나의 문장


광장으로 가는 길이 끝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광장이나 밀실 중 어느 곳이 더 나은지도 알 수 없다. 그런 이유로 둘 중 하나를 선택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정쩡한 상태에서 마지막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나는 요즘 광장보다는 밀실로 향한다. 언제까지 밀실로 향할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광장을 등진 채 밀실로만 똑바로 걷는 건 아니다. 밀실을 향해 걷다가 옆길로 새어 작은 광장에 들르기도 한다.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면서 어슬렁대다가 다시 밀실로 향한다.


하지만, 정확하게 밀실이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른다. 낯선 길과 익숙한 길을 걷다 보면 밀실과 광장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막다른 길에 맞닥뜨려 멈추거나 돌아가기도 한다. 달리기 좋은 길을 만나면 힘껏 뛰어보기도 한다. 가끔은 길에서 잠시 숨을 돌리거나 앉아서 쉬기도 한다.


내가 사는 세상은 밀실에서 광장으로 아니면 광장에서 밀실로 이어진 한정된 공간이 아니다. 더구나 두 곳을 오고 가는 길은 어두침침한 골목 아니다. 내가 걷는 은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처럼 드넓은 대지 위에 펼쳐진 길이다. 끝도 없이 광활한 들판에서 나는 길을 걸으며 밀실을 즐긴다.


한참을 걷다 보면 마을을 만난다. 광장이다. 밀실에서 고독의 시간을 보내고 광장에서 다른 순례자들과 식사와 술로 삶을 나눈다. 가끔 지치고 힘들 때면 모두를 뒤로한 채 알베르게 침대 가만히 누워 쉰다. 다시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밀실로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을 뜨면 머물렀마을을 떠나 또 다른 마을을 향해 걷는다. 둘이 걷거나 여럿이 함께 걸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혼자서 걷는다. 걷다 보면 광활한 들판은 다시 밀실이 된다. 지나 온 마을이 그리우면 돌아가면 되고, 새로운 마을이 궁금하면 걷던 길을 마저 걸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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