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남세아 Feb 28. 2024

두 번째 가는 길



지난달부터 일요일 루틴이 조금 달라졌다. 주말가족인 우리 부부는 늦은 오후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함께 집을 나선다. 둘이서만 가볍게 저녁 식사하고 아내를 성남에 데려다준다. 그리고 혼자 성남에서 용산 숙소로 돌아온다. 내비게이션은 숙소로 돌아오는 길을 여러 가지로 안내한다. 처음에는 판교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한 번에 가는 길을 선택했다. 몇 번 이용하다가 지난주부터 교통비는 들지 않고 이동 시간이 비슷한 길을 찾아서 새롭게 이용했다. 초행길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길을 조합하다 보니 조금 어수선하고 복잡했다. 차선별 교통량이나 차선이 감소하고 합류하는 정보를 빠르게 인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간에, 숙소에 도착해 보니 고속도로로 이동했을 때와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이번 주에도 동일한 코스로 이동했다. 두 번째 가는 길이라서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은 채 지나온 길을 되새기며 운전했다. 도로 특징을 고려하면서 차선도 미리 변경하고 주변도 살폈다. 그러다 보니 처음 지나칠 때보다 더 많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추억이 깃든 장소를 지나치며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낯선 느낌은 수그러들었고 익숙함이 다가왔다. 익숙함에서 더 많은 정보를 습득했고 새로운 감정과 생각이 피어났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안한 상태로 집에 가는 목표에만 치중했다면 두 번째 가는 길에서는 목표를 향해 가는 길 자체를 즐기는 여유까지 찾았다. 물론, 숙소에 도착해 보니 지난주와 똑같은 시간이었다.


여행을 다닐 때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여행은 익숙한 집을 떠나 새롭고 낯선 환경에서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얻고 즐기는 것이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상황과 불안함 때문에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즐기지 못하면 괴로워지고 결국 후회하며 여행을 망친다. 그러다 보니 여행을 떠나기 전에 적당하게 계획을 세워서 낯섦과 익숙함을 고루 담게 된다. 그래서 한 번 다녀왔던 여행지를 다시 방문하면 유독 반가울 때가 있다.


삶도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버겁고 힘든 일이지만 한 번만 경험하면 불편함이 사그라진다. 물론 삶한 번뿐이고 매번 새롭다. 비슷한 상황을 동일하게 인식할 뿐이다. 다만 비슷하게 인식하며 익숙함을 느끼고 낯섦을 조절하며 평온을 찾는다. 결국 적절한 낯섦과 익숙함이 조화롭게 섞였을 때 정겨움과 신선한 자극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두 번째 가는 길이 다.

매거진의 이전글 밤이 가장 긴 날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