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남겨진 숙제
어느덧 성장해서 내 곁을 떠나간 아이. 집을 떠나면서, 더 엄밀히 말하자면 자기 방에서의 탈출을 하면서 나에게 숙제를 남겼다.
“엄마, 이거 키워줘”
작은 유리병 하나를 건네며 하는 말. 무심코 받아 든 병에는 조그맣고 진초록의 푸르스름한 털북숭이가 들어있었다.
내게 남겨진 숙제는 다름 아닌 마리모 키우기.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당황스럽기만 했다. 오늘부터 나는 ‘마리모 집사’가 되었다.
언젠가 외출해서 필요한 물건을 사던 중 조그만 어떤 물건을 가져와 사서 키우고 싶다던 그게 나는 무엇인지 모른 채 그냥 무심하게 ‘그래, 그러든지’라고 대답했었다. 그 이상하게 생긴 것이 ‘마리모’라는 것이었다. 난생처음 보는 이상하게 생긴 걸 키우라고 하니 당연히 당황스럽다.
“이걸 어떻게 키워?”
“일주일에 한 번 물만 갈아주면 돼”
“그게 다야?”
“응”
“물 갈아줄 때 이거 뚜껑 1/3만 넣어주면 돼”
“이건 뭔데?”
“마리모 밥”
“그래”
“아! 그리고 가끔 빛을 보게 해줘야 해”
“간단한 게 아니네”
“간단해. 잘 키워 엄마!”
간단하게 나는 마리모 집사에 임명됐다. 내 의사는 개의치 않고 그냥 맡기고 떠났다. 아이는 혼자서 살아보겠노라고 집을 떠나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그것도 집에서 2시간 이상 떨어진 경기도로 훌쩍 떠났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이사 준비로 두 달 정도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집을 알아보고 계약을 하고 필요한 물품을 사고 이사를 하기까지 2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떠나가며 남겨진 숙제를 했다.
어제 처음 물을 갈아주고 액체를 넣어주었다. 거실 책꽂이에 두고 간접 햇볕을 쐬어주었다.
마리모가 떠오르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하는데 언젠가 떠오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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